제조사 제주맥주 "세븐브로이와 동일 효모"밀맥주엔 잘 쓰이지 않는 착향료마저 같아전문가 "맛·향 결정 핵심···기존 맛 구현 의도"
대한제분은 자신들이 만들었던 맥주와 사실상 레시피가 같다는 세븐브로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으나, 맥주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효모와 착향료를 그대로 사용하며 레시피를 도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이 출시한 '곰표밀맥주 시즌2' 제조사인 제주맥주는 세븐브로이가 기존 곰표밀맥주 제조에 사용했던 '벨기에 세종 효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제주맥주가 곰표밀맥주 시즌2를 생산하기 전까지 '밀맥주' 제조에 세종 효모를 썼던 업체는 세븐브로이가 국내에서 유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앞서 세븐브로이 측도 곰표밀맥주를 내놓으며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밀맥주엔 잘 쓰이지 않는 세종 효모를 적용해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즌2 제품 맛이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판매해 온 맥주와 동일하다"며 "대한제분이 사업 노하우와 맥주 성분을 탈취한 뒤 경쟁사(제주맥주)를 통해 동일한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제분은 19일 입장 자료를 내고 "시즌2는 새로운 파트너사의 독자적 레시피로 생산되는 제품"이라며 "레시피가 기존과 동일하다는 (세븐브로이의)주장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수제맥주 업계 전문가들은 '효모'는 맥주의 4대 재료 중 하나로 발효 과정에서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효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 성격이 달라지며, 동일 효모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맛에서 동일한 방향성을 지향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에 '열대과일 향'을 담기 위해 착향료를 첨가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벨기에 밀맥주'의 경우 효모와 오렌지껍질, 고수 씨앗만으로 향을 구현하나, 세븐브로이는 착향료를 첨가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제주맥주가 제조한 곰표밀맥주 시즌2도 세븐브로이의 착향료와 성분까지 동일한 것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븐브로이는 프로필렌글리콜·패션프루트 추출물·복숭아 추출물·파인애플 추출물·홉 추출물 등 5종을 혼합해 착향료를 만들었는데, 제주맥주 또한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시즌2 제품을 제조한 것이다.
한 맥주 제조 전문가는 "효모에 이어 혼합제제(착향료) 마저 동일하다면 이는 같은 맛을 구현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새 곰표맥주의 경우 세븐브로이가 사용했던 착향료(혼합제제)에 복숭아 퓌레 정도를 추가했을 뿐 전체적인 맛에서 (기존 제품과)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곰표밀맥주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한제분에 성분분석표와 배합정보를 넘겼다"며 "여기에는 소수점 수준으로 각 재료 함량이 기재돼 있어 이 자료로 물의 경도만 잘 맞추면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곰표밀맥주 시즌2의)성분을 확인하고 레시피를 도용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 시즌2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대한제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대한제분은 이를 연기하며 제품 출시를 강행했고, 현재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5대 편의점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수출 추진 과정에서 성분분석표와 배합정보를 전달받은 적은 있으나 이는 통상적인 절차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곰표밀맥주 시즌2 제조사인 제주맥주 측은 "(제주맥주도)세종 효모를 사용한 다양한 스타일을 연구하고자 수년전부터 테스트를 해왔다"며 "각 제조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원재료를 모두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단정 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wanchu110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