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만의 드라이빙 시그니처···전기차에서도 '계속'렉서스의 주행 안정성과 전기차의 가속력 '업그레이드'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377km···폭발적인 312마력
하이브리드부터 전기차까지 선택지를 넓힌 렉서스의 거센 전동화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이번 시승회는 새로 출시된 RZ와 RX뿐 아니라 LS·LC·ES 모델의 스포츠 주행을 경험하는 '서킷 트랙 드라이빙'까지 다양하게 마련됐다. "다양한 제품 선택지를 제공해 렉서스다운 전동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힌 콘야마 마나부 렉서스코리아 사장의 의중이 담긴 듯하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 자체의 성능을 강조하기보다는 렉서스 브랜드 자체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렉서스만의 드라이빙 시그니처로 대표되는 '자동차가 가진 본연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렉서스의 핵심가치를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렉서스"···하이브리드인 듯, 전기차인 듯
이번 시승은 RZ가 공개된 바로 다음날 진행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컸다. 결론은 역시 렉서스다웠다. 아니, 렉서스의 안정적인 승차감에 전기차의 가속력을 더하니 오히려 업그레이드 된 듯하다.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이 쉴 새 없이 이어진 만큼 RZ 시승 코스는 1시간의 단거리 코스로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가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주행,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구불구불한 국도의 특성상 렉서스의 부드러운 주행감을 체감하기에는 충분했다.
RZ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전혀 다른 렉서스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TNGA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를 추구한다.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는 △정제된 승차감·정숙성 △반응성·선형 제어 △뛰어난 핸들링과 그립·안정적인 컨트롤 등 렉서스 본연의 특징으로, 전기차에서도 기존 렉서스의 강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난다.
앞뒤로 전기모터가 탑재된 RZ는 총 312마력 정도의 강력한 출력을 발휘한다. 초반 토크가 강한 전기차의 특성상 툭툭 튀어 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RZ는 다르다.
실제로 전기차 운행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 기자이지만 뭘 몰라도 단번에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승 전 전기차는 회생 제동 때문에 멀미와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후기 때문에 잔뜩 겁을 먹고 운전석에 올라탔지만 주행 중에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였다.
고출력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려 렉서스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승차감을 전기차에서도 구현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보다는 확실하게 초반 가속감을 살렸다.
실제로 카사이 요이치로 RZ 부수석 엔지니어는 "액셀을 밟았을 때 운전자가 깜짝 놀랄 정도의 가속감을 느끼게 할 필요는 없다"며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매끄럽고 일체감 있는 주행을 추구한다는 렉서스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RZ의 주행모드는 노말·스포츠·에코·레인지까지 총 4가지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에코 모드에서 더 나아간 레인지 모드다. 레인지 모드를 활성화하자 에어컨까지 모두 꺼지면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100% 완충했을 때 주행거리는 377km다. 다른 경쟁 모델보다는 다소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큰 불편함 없이 사용할 정도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레인지 모드를 켤 경우 약 10%까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다이나믹한 주행성능···가감속·급제동·핸들링 '기대 이상'
일반 공용도로에서 렉서스의 정제된 승차감을 확인했다면 짐카나(GYMCANA)에서는 RZ의 다이나믹한 주행성능을 확인해봤다.
이미 앞서 강원도 인제 일대의 구불구불한 와인딩 도로에서 RZ의 매우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확인했음에도 짧은 짐카나 코스에서 경험한 RZ의 가감속과 스타트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RZ는 프런트와 리어에 적용한 eAxle 시스템으로 새로운 형태의 4륜구동(AWD)를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센서에서 받는 주행 정보로 주행 모드 및 상황에 따라 전후방 휠의 토크 분배를 100:0에서 0:100까지 제어해 우수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또 새롭게 개발된 전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과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반응성을 개선시켰으며, 렉서스 최초로 주파수 반응형 댐퍼가 차량 프런트 서스펜션에 장착됐다.
그래서인지 출발부터 풀악셀로 최대 토크가 발휘한 뒤 좌우로 슬라럼을 통과하는 코스에서는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거나 미끄러지는 느낌 없이 차체 밸런스가 잡히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직선 구간 후 정차 지점을 앞둔 풀 브레이킹 구간에서는 앞으로 밀리는 느낌 없이 원하는 지점에 딱 차량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운전으로서 안정감이 들었다.
진화한 보디스핀들 그릴···미래지향적 이미지 추구
RZ는 주행 부분에서 렉서스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서 '렉서스다움'을 강조했다면 외관적으로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렉서스 '스핀들 보디(Spindle Body)'를 바탕으로 공기 역학적 실루엣과 역동적인 비율로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호불호가 갈렸던 이전 스핀들 보디와는 다르게 차체와 그릴이 일체화된 '보디 스핀들 그릴'로 진화하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와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다소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이전 렉서스 모델과 다르게 '타즈나(Tazuna)' 컨셉을 적용한 실내 디자인은 마치 승마처럼 차량과 운전자가 함께 일체감을 느끼도록 설계됐다. 특히 개인적으로 인조가죽을 가공한 스티어링 휠의 촉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손에 감기는 느낌이 기존의 재질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14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직관적이고 뛰어난 작동성을 제공해 다양한 설정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면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공조 장치와 오디오 컨트롤러에는 물리 다이얼을 사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마음이 느껴지지만 소소하게 아쉬웠던 부분은 무선 충전장치다. 전기차 특성상 악셀을 밟을 경우 강한 토큰으로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경우가 빈번한데 무선충전장치가 평면으로 설계된 탓에 짧은 시승 중에도 관성의 법칙에 의해 핸드폰이 여러 차례 굴러떨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RZ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RZ 450e 수프림 8480만원 ▲RZ 450e 럭셔리 9250만원이다.
하이브리드 기술력에서는 가장 앞선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평가받는 렉서스의 명성에 비해 전기차 출시가 다소 늦었던 만큼 이번 RZ를 직접 시승해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이어왔을지 짐작이 된다.
렉서스가 추구해 온 '주행 감성'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RZ 엔지니어의 말에서 앞으로 확장될 렉서스다운 전동화를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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