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2.94% 지분 확보 가능, '암 진단' 분야로 사업 확장표적치료제 처방시 CDx 필요···'렉라자' CDx 국내 허가진단부터 치료까지 토탈 솔루션 제공···미국 진출 확장
특히 파나진이 최근 1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의 '오리지널 동반진단기기'(Original CDx)를 최초로 허가받은 만큼 HLB그룹의 외형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HLB, 파나진 지분 최대 22.94% 확보···'항암제 CDx' 시장 도전
파나진은 HLB를 주축으로 HLB바이오스텝, HLB테라퓨틱스, HLB이노베이션, H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HLB컨소시엄에 3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지난달 21일 공시했다.
별도로 노마드4호 조합 등이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26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HLB가 해당 CB에 대해 30%의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어 향후 행사 완료 시 HLB그룹은 최대 22.94%에 이르는 파나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HLB는 파나진 인수를 통해 암 동반진단 분야로 사업영역 확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암정복 프로그램 캔서문샷 정책과 맞닿아있어 시장 규모와 성장성 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HLB는 HLB헬스케어사업부,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를 통해 진단키트 하드웨어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HLB헬스케어사업부 또한 체외진단기기 업체 에프에이를 흡수합병한 사업부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와 각종 항체키트, 혈당진단기기 등을 제조·판매 중이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의 영향으로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한 122억원을 기록했다.
HLB는 새 성장동력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성분명 아파티닙) 등 항암제 개발이 순항함에 따라, 암 진단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주기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회사 인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동반진단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기 전 개별 환자의 특정 바이오마커(biomarkers) 보유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특정 치료제에 대해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환자군을 선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암 진단 분야는 생체 변화와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을 알려주는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유전자 분석기술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환자마다 유전적 상황이나 암의 변이상태가 다른 만큼, 환자마다 다르게 발현하는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측정해 최적의 항암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표적치료제와 동반진단 의료기기(CDx)가 같이 개발되고 함께 허가를 받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동반진단 시장은 항암제 시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 세계 동반진단 시장은 2019년 25억6420만 달러(약 2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26.49%를 보이며 2024년에는 83억410만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LB가 인수하는 파나진은 바이오마커를 타깃한 분자진단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플랫폼인 '온코텍터 KRAS 돌연변이 검사 키트'는 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루마크라스' 처방을 위한 CDx(3등급)로 품목허가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유한양행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개발한 폐암 진단제품 '파나뮤타이퍼 R EGFR'는 최근 '렉라자'의 오리지널 CDx로 허가를 획득했다.
'렉라자' 팔릴수록 파나진 CDx 매출↑···美 시장 진출 가능성
렉라자가 지난달 말 국내 식약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파나뮤타이퍼 R EGFR'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렉라자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CDx를 활용해 치료제가 타깃하는 표적 유전자 변이를 판별해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HLB측은 "렉라자 처방이 늘수록 '파나뮤타이퍼 R EGFR'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렉라자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세대 치료제이다.
국내 사망률 1위인 폐암 대부분은 비소세포폐암이 차지한다. 특히 환자의 30~40%는 EGFR 변이 양성으로 진단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T790M 돌연변이에 의한 내성으로 기존 1~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3세대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렉라자 정도다.
HLB는 파나진 인수 후 글로벌 CDx 시장 진출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항암제 개발 시 동반진단을 의무화한 가운데 렉라자 또한 미국 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만 봤을 때 전 세계 시장은 2019년 21조원에서 2029년 36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을 포함한 해외 판권은 유한양행이 기술이전한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게 있어 파나진 제품이 아닌 다른 글로벌 기업의 CDx로 허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렉라자의 판권은 얀센의 영역이기 때문에 파나진과 협의를 할 수도 있고 다른 글로벌 동반진단 업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HLB가 최근 파나진을 인수했고, 그룹 차원에서 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미국 CDx 허가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나진도 자사 제품의 글로벌 진출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김명철 파나진 대표는 "경영권 및 최대주주 지위를 양도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HLB의 사업역량과 다양한 해외 네트웍이 작동했을 때 파나진의 진단기술이 세계시장에서 크게 빛을 볼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파나진 인수 후 분자진단 분야에 대한 세계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HLB그룹 투자와 M&A를 총괄하는 임창윤 부회장은 "M&A라는 것이 기술과 인력과 자본을 잘 통합해 가치를 높여 나가는 방식인 만큼, 세계 최고의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HLB의 전사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HLB는 미국사업 강화 및 내실 경영을 위해 지난 5일 인사를 단행하고 진양곤 회장, 김동건 사장 각자 대표체제에서 진양곤 회장, 백윤기 사장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했다.
회사 측은 "최근 M&A로 신규 계열사가 편입되고 진단사업 역량이 크게 강화됨에 따라 그룹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백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며 "인수 후 통합(PMI) 과정과 내실 경영을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대우그룹 자금총괄 및 대우캐피탈 상무, 와이지파트너 대표를 거쳐, 2020년 HLB글로벌 부사장으로 HLB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HLB생명과학 부사장, HLB 관리총괄(COO) 사장을 역임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사업관리와 자금운용 등을 도맡아 왔다.
2021년부터 경영을 이끌어왔던 김 전 사장은 HLB 미국법인장으로 특별 파견됐다. '리보세라닙'의 간암 신약허가를 앞두고 미국사업 전체를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김 전 사장은 현지에서 엘레바, 이뮤노믹, 베리스모 등 계열사들 간의 협업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종원 HLB그룹 인사총괄(CPO) 사장은 "HLB는 치료와 진단사업을 양대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리보세라닙의 간암 신약허가와 진단기술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신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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