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폭등에 1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 눈앞ALC, 유럽‧일본에선 대세지만···국내는 생산업체 단 3곳 치열한 무게 하중 줄이기 전쟁에서도 ALC가 유리해
지난 5일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 현장의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을 꼽았다.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결론에 시공사인 GS건설의 주가도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며 곤두박질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순살자이', '물갈비자이' 등 조롱도 이어지고 있다.
붕괴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검단아파트 외에 최근 3년 동안만 광주 2건, 경기도 안성 물류센터 1건, 경남 양산 물류센터 1건 등 도합 5건에 이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축물의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여타 크고 작은 하자와 부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근래 들어 눈에 띄게 부실이 늘어난 이유로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꼽는다. 원가가 올라가면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자재를 누락하거나 현장에 배치돼야 할 인원을 줄이는 등 과도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건물을 짓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재인 철근과 콘크리트 가격은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 가격은 지난 2020년 1분기 7만5000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0만2300원까지 뛰었다. 고장력 철근의 경우 2020년 t당 61만5000원이었으나 지난해부터 100만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폭 줄어들면서 건설 현장 인건비도 대폭 올랐다. 건설사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정규직이 아닌 현장 채용직이나 프로젝트 직 등 계약직으로 현장관리 인원을 충당하고 있다.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급여 수준도 낮고 공사가 끝나면 부담 없이 인원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달아 붕괴 사고가 일어나고 건설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이러한 행태도 한계에 봉착하는 모양새다. 특히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고강도의 실사 조사를 예고하고 있어, 자재 누락과 인원 감축 등 기존의 방식으로는 비용을 절감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 빠른 건설사들은 철근, 콘크리트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신소재와 신공법 도입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콘크리트 제조 시 액상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공법을 최초로 상용화한 캐나다 카본큐어(CarbonCure)사(社)의 지분 일부를 매수했다.
해당 기술은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액상으로 주입해 시멘트, 물과 반응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탄산칼슘을 생성해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를 10%가량 높이는 원리다. 콘크리트 강도가 증가하면서 동일 성능의 일반 콘크리트 대비 시멘트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원가가 줄어드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 공사의 제조업화로 불리는 모듈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대부분의 자재를 공장에서 생성한 뒤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용인 영덕에서 건설업계 최초 13층 모듈러 주택 준공에 성공하기도 했다.
ALC는 RC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주요 자재로 주목받는다. 위의 신소재와 신공법의 경우 아직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업화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ALC는 유럽과 일본 등 건축 선진국에서 이미 효과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ALC는 규사와 석회를 주원료로 공장에서 벽돌처럼 구워내는 자재다. 철근과 콘크리트에 비해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적고 방수와 단열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부피의 물보다 가벼워서 건물 하중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가면서 최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호재로 꼽힌다.
다만, 한계점도 분명하다. ALC는 강도가 강하지 않은 탓에 철근과 콘크리트처럼 무게 하중을 직접 견디는 내력벽으로는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ALC는 단순 조적벽으로 활용되거나 기둥보 구조에서만 주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사업성을 위해 기둥보 구조보다는 무량판 구조나 벽식 구조를 주로 사용하는 국내에서는 인기도가 떨어진다.
90m를 기준으로 보면 기둥보 구조는 벽식 무량판 구조에 비해 약 2개 층 가량 층수가 낮다. 1개 동 1층의 가구 수가 6가구라고 봤을 때 10개 동이면 120가구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그만큼 분양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사 단가가 낮아졌어도 분양수익에서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아직 무량판 구조와 ALC를 도입하는 건설사가 적다.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국내에서 ALC를 생산하는 업체도 소수에 그친다. 사실상 성은ALC와 SYC(쌍용ALC)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중소규모 업체들이 남은 시장을 쪼개 먹는 추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높이 제한 규제 등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ALC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근, 콘크리트로 무게 하중을 지탱하는 벽식이나 무량판 구조는 해외에서는 후진 형 기술로 치부된다"면서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인건비와 원자재 부담이 커지면 ALC 등 신소재와 신공법이 더욱 주목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