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0% 대 성장, 33년 25억달러 전망활용가치↑···'루닛·딥바이오' K기업도 진입'비용' 부담에 시장 활성화 어려움 지적도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보건산업브리프 372호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병리 시장이 향후 9.3~12.8% 사이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네스터는 지난해 10억3000만 달러(약 1조305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시장이 연평균 11% 증가해 2033년 24억5000만 달러(약 3조104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세포 및 조직의 현미경 검경을 위해 사용하던 '유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저장하고, 그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병리는 ▲의료 질 향상을 통한 환자 건강 기여 ▲만성적인 병리의 부족 문제 지원 ▲물리적 공간 부족 해소 등 전통적인 병리학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의료 이미지를 용이하게 저장·관리할 수 있어 병리학자가 동료와 이미지를 공유·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AI가 접목될 경우 디지털 병리의 활용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된다.
디지털 병리에 AI기술이 적용되면 딥러닝(DL) 및 머신러닝(ML) 도구를 사용한 슬라이드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계층화된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단을 개선할 수 있으며, 통찰력 있는 AI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가능해진다.
또 방대한 이미지에서 데이터를 캡처해 패턴을 인식하고 새로운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적 혁신 제공을 이끌 수 있다. 연구, 약물 발견, 동반 진단 및 임상시험 등 추가적인 수익 창출 기회도 얻을 수 있다.
AI 병리진단 솔루션으로는 미국 페이지(Paige)가 개발한 전립선암 감지 소프트웨어 'Paige Prostate'가 지난해 9월 식품의약국(FDA)의 드노보(새로운 유형의 저위험에서 중간위험 기기 규제) 마케팅 승인을 최초로 획득했다.
미국 패스AI(PathAI)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로슈의 디지털 병리 운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AI병리기술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루닛, 딥바이오, 뷰노 등 의료 AI기업들이 디지털 병리 분석 AI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병리에 필요한 고가의 하드웨어 및 분석 소프트웨어 구축 비용은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병리 분석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인 과학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슬라이드 스캐너에 포함된 소프트웨어, 디지털 병리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기반 소프트웨어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제품군의 초기 비용은 약 2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비용 추가에 따라 최대 8만달러~10만달러로 증가할 수 있다.
연간 유지관리 비용도 약 5000달러~1만달러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미국 KLAS 리서치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디지털병리협회와 협력해 병원, 학술의료센터 등 55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시스템 통합이나 기관 차원의 대규모 조달 같은 비용을 가장 큰 문제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병리 진단 시스템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적절한 보상 체계가 없어 디지털병리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일부만 디지털 병리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고, 도입한 병원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찬권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전날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한국로슈진단의 후원으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디지털병리 시스템 구축 및 도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디지털 병리 도입을 위해서는 장비 설치, 병리검사실과의 원활한 전산시스템 연동뿐만 아니라 병원 간의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구축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없어 디지털병리 시스템 도입이 어렵고 도입한 병원도 유지와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캐너를 하나 사려고 봤더니 5억5000만원이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디지털 병리 온프레미스 서버 증설 비용만 연 3억원 이상을 썼다. 디지털 병리를 시작할 때 1~2억 가지곤 안 되는 거다. 최소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영상의학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을 때 인센티브가 발생했던 선례가 있다. 이를 미루어봤을 때 디지털 병리에서도 기본적인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며 "AI 혁신 의료기기가 제도권 안으로 허가되고 의료기관에 사용되게끔 제도 개선이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좋은 기술을 만들었지만 정작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의료수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요양급여 기준과 다른 예외적인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혜승 대한병리학회 이사장도 "디지털병리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지만 고가의 초기비용과 수가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남아있다"며 "디지털 병리가 보편화되면 향후에는 의료비용 줄이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AI 업체들도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곽태영 딥바이오 이사는 "전립선암을 진단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지난 2020년 허가받고, 이듬해 조직학적 등급을 확인했지만 쓸 수가 없다. 스캐너가 있는 병원이 한 손에 꼽을 수준이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며 "또 데이터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고 했다.
팽경현 루닛 이사는 "AI와 디지털 병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AI를 적용한 디지털병리는 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예후 예측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견에 기여할 수 있다"며 "AI는 디지털 병리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며 "디지털 병리 수가체계 등 제도적 개선이 된다면 임상에서 적용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업계에서는 디지털병리 도입 촉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로슈진단은 실제 병리검사실에서의 디지털병리 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구독모델을 국내에 도입했다.
한국로슈진단의 '구독 모델'은 초기비용이 높은 장비 및 서버 구축을 월 구독 형태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게 한 모델로, 스캐닝부터 알고리즘 분석까지 전 과정에 걸친 포트폴리오를 포함한다.
이는 서버 및 제품 세팅을 위한 초기비용 문제로 도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디지털 병리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추면서 의료분야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는 국내 AI 알고리즘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김형주 한국로슈진단 전무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 보니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 디지털병리 AI 알고리즘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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