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빅테크 등 본업과 상관없는 기업에 투자 투자손실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 가능성 주의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광피혁을 비롯한 상장사들이 국내·외 상장 주식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테슬라·애플 등의 해외 주식에 투자해 본업보다 높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다른 상장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는 지분교환, 전략적 제휴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상대 기업과 본업이나 영업 등에서 동맹을 맺고자 상호주의 형태로 주식을 보유한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은 핀테크 사업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양사는 지난 2017년 6월 5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시작으로 투자를 진행했는데, 올해 2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의 전체 지분 중 1.72%를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과 KT 또한 지분교환을 통해 모빌리티 사업과 전동화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KT의 경우 올 2분기 기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의 지분 각각 1.46%, 1.04%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본업과의 연계가 목적이 아닌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 실현 사례가 잇따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조광피혁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애플 등을 비롯한 해외 주식에 투자 중이다. 올해 2분기 두 종목이 급등하면서 조광피혁은 534억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조광피혁의 영업이익의 9배를 넘는 수치다.
국보디자인의 경우 테슬라와 엔비디아, 알파벳 등의 해외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테슬라의 주식 보유액이 747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국보디자인은 올 2분기 532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냈으며, 이는 국보디자인의 지난해 전체 영업익보다 84.72%가량 높은 수준이다.
서희건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국내 주식을 운용 중이며 테슬라의 주식 4만6800주를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희건설의 올 2분기 평가이익은 163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건설 및 조선업 등에 투자 중인 케이씨씨의 올 2분기 금융자산 평가이익 1211억원에 달했으며, SK하이닉스와 유한양행 등에 투자 중인 신영증권의 2분기 평가이익은 377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 측의 주식 투자가 수익이 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손실로 이어질 경우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코스닥 상장사 베뉴지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를 대거 매수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날인 26일,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대비 17%가량 떨어졌으며 관련주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관련주의 하락에 따른 베뉴지의 평가손실은 45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에코프로비엠의 낙폭이 큰 점도 문제다. 지난 7월 베뉴지의 에코프로비엠 매입 평균단가는 48만3721원(총 71억원)이었으나 이날까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7만8000원(총 41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이 파생상품이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손실을 본 경우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라며 "기업이 투자 중인 종목의 포지션이 과도한지, 또는 손실을 볼 위험이 큰 종목을 운용 중인지는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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