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코오롱모빌리티 '부사장→사장' 승진이웅열 명예회장 "경영 능력 입증 못 하면 지분 승계 없어"수입차 사업에 역량 집중···경영 능력·승계 실탄 '일석이조'
이 사장은 올 초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게 됐다. 이 회사는 코오롱글로벌이 건설 부문과 자동차 부문이 인적 분할로 쪼개지면서 수입차 등 자동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사장이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입사 이후 계열사에 몸담으면서 10년 동안 갈고 닦은 경영 능력도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이웅열 뒤이을 유일한 후계자···지분 '제로'
'오너 4세' 이규호 사장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외아들로서 아버지의 뒤를 이을 유일한 후계자로 꼽힌다. 코오롱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데다가 이 명예회장의 두 딸은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놓고 형제·자매·남매·사촌 간 각축전을 벌이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후계 구도가 명확하다.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경영 승계도 빨라진 모습이다.
이 사장은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명확한 후계 구도와 달리 경영권 승계의 완성인 지분 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현재 이규호 사장은 지주사인 (주)코오롱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과거 이웅열 명예회장이 고등학생 때부터 코오롱 지분을 보유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오롱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웅열 명예회장이 압도적인 지분율을 갖고 있다. 지주회사 코오롱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가운데 이 명예회장의 코오롱 지분은 49.74%(보통주 기준)에 달한다. 이외 다양한 계열사 지분도 쥐고 있다.
이는 이 명예회장의 승계 철학과 무관치 않다. 앞서 2018년 11월 이 명예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아버지로서 재산은 물려주겠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캐시카우' 수입차 사업에 쏠리는 눈
아버지 이웅렬 명예회장의 혹독한 후계자 수업이 이뤄지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에 핵심은 이규호 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에 달렸다. 사실상 지주사 지분율이 50%에 육박하는 이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사장이 부친 소유의 주식을 증여받을 경우 추정되는 증여세는 800억원 안팎이다. 지분율 희석을 감안하고 증여받은 지분 일부를 매각해 증여세를 마련할 수 있고 이 명예회장이 들고 있는 다른 계열사 지분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규호 사장이 그룹 내 '캐시카우'인 수입차 사업을 총괄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과거 이 사장이 총괄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사업은 지속된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성장하는 수입차 유통 사업의 운전대를 넘기면서 재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부문은 BMW 자동차 딜러권 등을 확보한 국내 2위 수입차 딜러사로서, 1987년 BMW 공식 딜러사로 시작해 BMW 최대 딜러사로 성장한 뒤 2015년 아우디·볼보, 2021년 지프·폴스타까지 계약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인적 분할로 신설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출범시키면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이규호 사장은 여러 브랜드를 함께 팔면서 현재 사각 다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취급하는 브랜드를 다양화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시너지를 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출범 이후 첫 행보로는 스웨덴 순수 전기 바이크 브랜드인 케이크(CAKE)를 낙점했다.
이 사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 코오롱글로벌 소속이었을 때보다 더 많은 급여와 상여를 챙길 수 있는 데다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한 경영 능력 입증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상반기 누적 매출 1조1501억원, 영업이익 231억원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규호 사장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사업 전반의 체질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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