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선임그룹, "'따로 또 같이' 경영 발전시킬 적임자일각선 "소유 경영의 분리 수펙스 의미 퇴색"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의 셋째 아들로 최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최종건 회장은 슬하에 고(故) 최윤원, 최신원, 최창원 3남을 뒀다.
최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4년 선경(현 SK)그룹 경영기획실로 입사했다. 이후 SK글로벌, 워커힐,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를 거치며 기획과 재무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겸임하며 그룹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다.
SK그룹은 이날 최창원 의장 선임에 대해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오너일가인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하며 지배체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문경영인들 위주로 운영됐던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오너 일가가 투입된 점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했던 최 회장의 행보와 다른 결정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창원 부회장이 의장을 맡으며 수펙스추구협의회 초창기에 가졌던 취지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많이 퇴색될 것"이라며 "오너경영 강화로 회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창원 부회장의 입지 확대에 따라 SK그룹의 사촌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그룹은 창업자인 최종건 회장이 1973년 향년 47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별세하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회사를 이어받았다. 당시 최종건 회장의 자녀들이 아직 어린 나이였던 만큼 최종현 회장이 회사를 이끈 것이다.
이후 19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친족들은 가족회의를 거쳐 창업자인 최종건 회장의 자녀가 아닌 최태원 회장을 SK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당시 IMF 위기 속에서 SK를 이끌 적임자로 최태원 회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에서 2018년 친척 23명에게 SK 지분 329만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그룹 경영에 있어 가족에 대한 배려가 많은 편"이라며 "SK그룹도 친인척을 배제한 경영이 쉽지 않은 만큼 최창원 부회장의 영향력을 확대해주고 지배구조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과정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원 회장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선임으로 SK그룹 내 지속적으로 불거졌던 계열분리 이슈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SK그룹에서 독립된 체제로 운영돼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K의 뿌리가 최종건 회장으로부터 시작한 만큼 최태원 회장은 사촌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시점에서 계열분리 대신 최창원 부회장의 입지를 키우며 사촌경영을 본격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한 것 같다. 최창원 부회장의 입지가 강화되면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등 외부활동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창원 부회장은 SK그룹의 승계 과정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 오너가 3세들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창원 부회장이 2세대와 3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팀장은 이날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후 7년 만에 임원 승진이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다.
최 회장의 차녀 민정씨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법인으로 옮겨 근무하다가 지난해 초부터 휴직한 상태이며 장남 인근씨는 SK E&S 북미법인 패스키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황용식 교수는 "오너들이 세대교체를 하는 시기에 완충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면서 "SK그룹 내에서 최창원 부회장은 사건사고를 겪지 않았고 잡음이 없는 만큼 완충제 역할에 적합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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