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시행령 개정에 '깜깜이 배당' 손질···한화·동양생명 배당 재개여부 '관심'

배당기준일-의결권 기준일 분리···선배당·후투자

상법 시행령 개정하며 미실현 손실 상계도 허용

해약환급준비금 우려에···업계 "이미 예고·파악 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보험사 대부분이 배당 개편 정책에 동참, '선배당·후투자' 방식으로 배당절차를 개선했다. 앞서 상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에 이어 배당기준일도 늦춰지면서 고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간 배당을 하지 않았던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의 배당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한화생명·한화손보·현대해상·DB손보 등은 정관 변경에 따른 배당기준일 변경 안내를 공시했다. 이 회사들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시 전광 변경에 따라 배당기준일을 매 결산 기말(12월 31일)에서 이사회에서 정하는 날로 바꿨다.

이 같은 정관 변경은 금융당국이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관련 절차를 개선하도록 당부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은 상장사들에 배당기준일과 의결권 기준일을 분리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배당액이 먼저 확정된 뒤 배당기준일이 설정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보험사를 비롯한 상장사의 현행 결산 배당 제도는 12월 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후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주주들이 정확한 배당금액을 모른 채 투자를 결정하게 돼 배당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배당 관련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현행 제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도 꼽혔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것 또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의 상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부터 보험업계에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서 보험사가 부담하는 장기 보험부채의 금리 변동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행 상법상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액에서 자본금, 법정준비금, 미실현이익을 뺀 금액을 한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실현 손실 상계를 불허하면 이익을 내도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보험업법상 보험거래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연계 거래, 보험금이 자산운용의 성과에 따라 변동하는 보험상품 거래와 관련해 미실현 손실을 상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내년 주주총회 때부터 개정안 적용이 가능한 만큼 IFRS17 시행에 따른 보험사 '배당 쇼크'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에 불확실성이 커져 배당을 중단했던 보험사들이 배당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은 지난 2년간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한 재무건정성 관리 목적을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배당에 나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퍼진다. 한화생명의 3분기 말 기준 K-ICS 비율은 182%로 집계됐다. 동양생명 또한 3분기 말 기준 K-ICS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상승한 183%를 기록해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됐다.

KB증권에 따르면 배당기준일 변경을 확정 공시한 기업 중 예상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동양생명으로 나타났다. DPS(주당배당금) 435원 기준 예상배당수익률 10.06%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EPS 200원 기준 예상배당수익률은 7.17%이다.

다만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해약환급준비금은 IFRS17 시행에 따라 신설된 계정과목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 해약 시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으로 회사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법정준비금에 해당돼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된다. 당연히 준비금의 규모가 크면 배당하는 규모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조8396억원, 동양생명은 6063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규모가 크면 배당 규모 또한 작아질 수 있지만, 이미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각 회사도 파악해 뒀을 것"이라며 "실제 배당에서 영향을 미치는 건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배당가능재원 여력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