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북 보고서, 전세계 바이오제약 투자 한파자금조달, 전년比 129억 달러↓···엑시트 전망도안정적 투자 선호···주요 지표는 '혁신성·창업주 역량'
2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데이터 업체인 피치북(PitchBook)은 최근 '바이오제약 VC 동향 및 기회 보고서'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IPO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자금확보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보고서에서는 바이오제약기업이 연말까지 약 840건의 거래를 통해 240억 달러(약 31조2408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9억 달러(약 16조7919억원)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20년엔 381억 달러(약 49조5948억원), 2021년 539억 달러(약 51조 4171억원), 2022년 369억 달러(약 48조327억원)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연말까지 IPO 55건, 인수합병(M&A) 29건 등 총 84건, 총 179억 달러(약 23조 3165억원) 규모의 자금회수(엑시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전년 77건(IPO 45, M&A 32), 총 234억 달러(약 30조4762억원)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총 199건(IPO 154, M&A 45), 864억 달러(약 112조5274억원)를 조달한 것과 비교해도 크게 감소한 수치다.
M&A 건수는 2021년 45건에서 지난해 32건, 올해 29건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IPO 시장에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 IPO 건수는 2021년 154건에서 2022년 45건으로 71% 급감했고, 올해도 55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기업 기술특례상장 건수가 감소하면서 VC 투자가 두드러지게 축소되는 중이다.
국내 VC들의 투자금 회수는 상당 부분 IPO에 의존하고 있는데, 과거 바이오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술특례상장 영역에서 기업들의 비중이 좁아진 것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기술특례상장 건수는 2019년 14개, 2020년 17개, 2021년 9개, 2022년 9개, 올 3분기까지 10개 등이다. 이에 올해에도 코로나19 이전 건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2019년 1조1033억원, 2020년 1조1970억원, 2021년 1조677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조1058억원으로 감소했고, 올 3분기 누적 VC 신규 투자는 6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8787억원 대비 28.7% 줄었다.
이는 최근 투자업계가 소수의 기업에 큰 규모로 신중하게 투자하는 등 혁신 가능성을 보는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실제로 임상단계에 대한 투자 동향을 보면, 2020년과 2021년은 임상1상을 시작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는데, 지난해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항체-약물 접합체(ADC), 방사능의약품, 유전자치료 등 신규 모달리티 중심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유지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는 자본에 대한 가용성, 세포 및유전자치료제 등과 같은 신규 모달리티 투자리스크에 대한 욕구와 같은 다이나믹한 투자환경에 기인한다"며 "바이오제약 분야의 투자 동향은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준비금 강화, IPO 타이밍 최적화, 새로운 펀드조성을 위한 출구전략 강구, 스타트업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침체 대응 등 다양한 투자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VC들 또한 실제 수익을 내고 있고 성장성이 높은 기술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체외진단기업협의회 통합협회 출범식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한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는 "과거에는 신약개발사가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았었는데 최근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익이 나는 체외진단 등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성향이 높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처럼 VC들도 새 성장동력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창업주 역량도 투자 의사결정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는 추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산업이 발전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현재는 학벌이나 출신보단 얼마나 더 좋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회사를 이끄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일부 교수창업 기업의 경우 논문 타깃이라 산업적으로 접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조직을 이끄는데 리더십 등에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했다"며 "이러한 과거 경험으로 최근 투자자들이 교수창업 기업들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코어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순 있겠지만 회사를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사업개발(BD), 내부 인적자원들과의 융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 등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 상무 또한 "외부에서 차용한 기술이 아니라면 창업주가 곧 기술자다. 그러다보니 기업 창립을 이끈 근반기술에 대해 얼마나 임팩트 있는 논문을 많이 썼는지, 정부 과제 수주는 얼마나 받았는지,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얼마나 하는지 등을 평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성적 평가에서는 신약 후보물질들을 개발할 수 있는 인더스트리 멤버가 창업멤버에 속해 있는지를 본다. 바이오텍은 학교가 아니고 회사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VC입장에선 산업계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며 "교수와 석·박사 출신들이 모여 있는 리서치 성격의 회사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바이오의료 투자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탑2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심리의 부침은 심한 편이지만 여전히 바이오산업은 타 산업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고 있고,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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