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치료 유전자 주입해 난치성 질환 완치···시장 성장세 동아에스티·종근당 '차대세 먹거리'로 점찍어 유전자가위 치료제 美 허가···툴젠·진코어 원천기술 보유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는 정상 유전자 및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넣어 기능에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유전자 결함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백신, 혈액제제 중심의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치료제(1세대), 항체 치료제(2세대)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평가되는데,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고 기존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암, 유전병, 희귀질환 등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
아직 개발된 제품은 많지 않지만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20년 60억 달러(약 8조400원)에서 2030년 465억 달러(약 62조 3100억원) 규모로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최근 의료 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전자치료제를 포함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을 2024년 제약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산업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는 2004년 중국 시바이오노의 '젠디신'이다. 중국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임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5월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으면서 유전자치료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원샷 치료제'로 불리는 졸겐스마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벡터 기반 치료제로, 평생 단 한 번의 주사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로 출시 1년 만에 유전자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연매출이 한화 1조원을 넘겨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랐다.
유전자치료제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자 국내 제약사들도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차세대 주력 분야 중 하나로 유전자 치료제를 선정했으며, 기존 강점 분야인 합성신약 분야에서 유전자 치료제 분야로 연구개발 역량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UMASS(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의과대학)와 AAV 매개 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유전자 치료제의 세계적 권위자인 구아핑 가오 교수 등과 면역계 질환 타깃 치료제 연구를 진행 중이다.
AAV는 유전자 전달체인 바이러스 벡터의 한 가지로 안정성이 높고 면역반응이 낮으며, 다른 바이러스 벡터와 달리 병원성이 없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도 앞다퉈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250개가 넘는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다.
최근엔 이스라엘 기업 일레븐 테라퓨틱스와 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일레븐 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테라(TER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섬유증 질환을 타깃으로 RNA 치료제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RNA 치료제는 표적 유전자로부터 질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과정을 억제하면서 약의 효능을 나타내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세부 유형으로는 mRNA, RNAi, ASO, RNA Aptamer 등이 있다. RNA 치료제는 2016년 '엑손디스 51'과 '스핀라자'의 FDA 승인을 시작으로 20200년에만 5개가 승인됐다.
종근당은 지난 2022년 서울성모병원 옴니버스파크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했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은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한창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 치료제 'KLS-2031'의 요천추 신경근병증(LSR) 통증에 대한 미국 1/2a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KLS-2031'은 재조합 아데노부속바이러스(rAAV)와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치료 유전자 3종을 탑재해 과도하게 증폭된 통증 신호의 정상화, 신경세포 보호 및 신경염증 개선 등을 꾀하는 치료제다.
해당 약물에 포함된 글루타민산 탈탄산효소(GAD)는 과도한 통증 신호 차단 및 염증 조절에 효과를 보이며, IL-10은 신호 전달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의 한 종류로 염증 완화에 기여한다. GDNF는 신경세포 성장촉진인자로 신경 세포를 보호한다.
지난 10월 발표한 1/2a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에 따르면, 총 연구기간 104주 중 이중맹검 치료기간인 52주차까지 발생한 중대한 이상반응(SAEs)은 없었고, 임상의 일차 목적인 내약성과 안전성도 확보했다.
이차 목적인 유효성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펜데믹 등으로 인한 환자 중도탈락에 의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저용량 대비 중용량 및 고용량 투여군에서 뚜렷한(evident) 진통효과을 관찰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중 총 연구기간(104주) 결과를 포함한 최종 연구결과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반 치료제 개발도 눈길을 끈다.
유전자 가위 치료제는 세포에서 유전질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DNA)를 잘라내 교정하는 치료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DNA 염기서열의 특정부위를 인식하고 자르는 방식에 따라 제1세대 징크핑거(ZEN. 2002년), 제2세대 탈렌(TALEN, 2010년), 제3세대 크리스퍼(CRISPER/Cas9, 2012년) 기술로 발전했다. 특히 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유전자만 제거할 수 있는 크리스퍼 기술은 희귀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카스게비'(미국 브랜드명 엑사셀)가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FDA허가를 받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툴젠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호주, 일본 등 주요 9개국에서 등록됐으며, 바이엘 등 세계적인 기업들에 기술이전돼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다.
회사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 혈우병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TGT-001'은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오는 2025년 임상1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인 'TaRGET'를 기반으로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진코어에 따르면 TaRGET 유전자가위는 기존 Cas9보다 40%로 크기가 작아, 패킹사이즈가 4.7kb로 제한적인 AAV 벡터를 통해 타깃 신경조직에 전달하기 용이하다.
회사가 해당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하고 있는 헌팅턴병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은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2023년 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유효물질단계 연구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코어는 차바이오그룹 산하 차종합연구원, 차바이오텍 등과도 헤모글로빈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혈액질환인 '겸상 적혈구 빈혈' 및 '베타 지중해 빈혈' 유전자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차종합연구원·차바이오텍의 바이럴벡터 기술과 진코어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결합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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