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석산업과의 합작 무산 후 새로운 파트너와 HVO 재도전플라스틱 열분해유부터 HVO까지 시장 성장성 높게 평가'석유사업법 개정안' 가결···친환경 연료 사업화 탄력 기대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탈리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에니(ENI)와 손을 잡고 차세대 바이오 오일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
두 회사는 오는 2026년까지 LG화학 대산 사업장에 연 30만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국내에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HVO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에 깔린 친환경 기조는 석유화학업계에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었다. 친환경·재활용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만큼 시장 선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LG화학은 국내 최초 원료용 열분해유부터 HVO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장 착공을 서두르며 친환경 인증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에서 재활용, 생분해·바이오, 재생에너지 소재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강화해 2022년 1조9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 규모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 LG화학이 뛰어든 HVO는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이다. 기존 화석연료 대비 92%의 탄소를 저감할 수 있어 탄소 중립의 대안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이 뛰어나 차량용뿐 아니라 항공유·석유화학 원료로도 사용 가능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항공기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2025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기존 항공유에 SAF 의무 혼합 비율을 2025년 최소 2%로 시작해 2050년 70%까지 확대토록 했다. 미국에서도 모든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연료 의무 혼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친환경 항공유·디젤 사용 의무화 등에 따라 HVO의 세계 시장 수요는 2021년 970만톤 규모에서 2030년 4000만톤 규모로 연평균 20%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이 한차례 프로젝트 무산에도 재차 HVO 사업 진출을 모색한 이유 역시 HVO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 2021년 LG화학은 바이오디젤 전문기업 단석산업과 손잡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요조건합의서(GOA)까지 이행된 이후 양사 입장이 달라져 끝내 최종 사업화는 무산됐다.
LG화학 관계자는 "1년 전에 양사가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뒤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왔다"며 "최종적으로 이탈리아 에니와 손을 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면서 LG화학의 HVO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유사가 '석유'를 정제해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어 동식물성유지나 폐식용유 등 석유대체연료로 석유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이달 초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을 생산·판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친환경 연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강력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적극 지원하고, 더 나아가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의 리딩 컴퍼니로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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