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2차 상생으로 3조원 이상 출현···2금융도 조단위이자 캐시백에 이어 '신용사면'까지···"근간 흔드는 것"2금융 실적감소에도 상생 쥐어짜기···추가 지원 어려워
총선을 앞두고 금융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권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실제 최근 금융 취약계층·소상공인을 위한 상생 금융 출현을 넘어 대출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대규모 신용사면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표심을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은행권 휩쓴 '상생 금융' 바람···"신용사면은 금융 근간 흔드는 것"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고금리 시대에 은행은 이자 장사'라는 지적으로 시작된 상생 금융이 최근 선을 넘어 금융권의 목을 조르는 수준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은 지난해 초부터 6000억원대 상생 금융 지원책을 줄줄이 내왔다.
1차 상생금융 바람이 끝난 이후에도 당국의 출현 요구는 계속됐다. 당국이 고금리 기조 속 은행의 이자수익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국회에서도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한 만큼 금융사 스스로 납득할 수준의 지원책을 요구한 것이다. 횡재세의 핵심은 은행 초과 이익에 세금 부과다. 수십조원의 이자 수익을 알아서 환원하는 의미였다. 앞서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으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한 상태였던 만큼 은행권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책 회의에 나섰다.
결국 금융그룹은 협의를 통해 2조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에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캐시백이라는 특단의 대책도 내놨다. 상생 금융 지원 규모만 놓고 봤을 때 국민은행이 3721억원으로 최대 규모를 지원했다. 이외 4대 은행의 전체 상생 금융 지원 규모는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등이다. 은행권이 밝힌 상생 금융 비용 총 2조원 중 은행별 생산금융 규모는 개별 은행 순이익의 10%로 정해졌다.
금융권이 특히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정부의 '신용사면' 단행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신용사면은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이들에 대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즉 빚을 갚지 못한 저신용자·고위험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정상 수준으로 만들어 금융 회복 사다리를 놓아준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는 지난 15일 은행회관에서 '신용 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금융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관의 포퓰리즘 금융 정책으로 금융 리스크를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금융 당국은 신용 사면에 따른 금융사의 손실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지만, 손실 여부를 떠나 신용불량자를 거를 수 없게 되면 은행의 리스크 관리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2금융권도 눈치껏 상생 동참···보험사는 車보험료 인하에 가산금리도 ↓
카드사들도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을 운영 등 취약계층 지원방안을 내놨다. 카드사들이 취약 계층에 지원하는 금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우리카드(2200억원), 현대카드(6000억원·현대커머셜 포함), 롯데카드(3100억원), 신한카드(4000억원), 하나카드(3000억원), BC카드(2800억원)가 연쇄적으로 상생안을 냈다.
상생 금융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보험사 역시 자체적인 출원으로 상생 금융에 동참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청년저축보험을 시작으로 다양한 상생 상품이 나왔다. 상품 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보험업계 특성상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2.5% 안팎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오는 2월 중순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6% 내린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역시 보험료를 2.5% 인하한다. 이들 4개 사는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로 인한 업계 상생 규모는 4000억~6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은행권에 비해 출현 규모가 작은 2금융권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적이 꼬꾸라진 카드사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5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삼성)의 3분기 순이익은 총 4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4946억원) 대비해서는 6.6% 감소한 수준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카드 업계 업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생은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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