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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민주택 기준, 바뀔 때 됐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국민주택 기준, 바뀔 때 됐다

등록 2024.03.28 17:47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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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분담금 폭탄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등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폭등한 측면도 있지만, 최근 사업을 추진 중인 곳 중 상당수는 일반분양이 적은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너무 높거나 평형이 작아서 원소유주들의 집을 넓히고 공공기여를 하고 나면 남는 용적률이 없는 것이다.

용적률 상향이나 자재비 절감, 신공법 적용 등 사업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의 경우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고 인근 단지와의 형평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자재비 절감이나 신공법 적용은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비전문가가 다수인 조합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주어진 여건 내에서 사업성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형 구성을 더 작은 집 위주로 바꾸는 것이다. 가령 34평(전용 84㎡) 위주에서 26평(전용 59㎡) 위주로 주력 평형을 바꾸는 것이다. 주력 평형의 평수를 줄이면 그만큼 용적률이 남아 일반분양을 늘릴 수 있다. 작은 평형을 받으면 내야 할 조합원분양가가 줄어든다. 일반분양이 늘어나면 수익이 커진다. 분담금 부담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시대흐름도 주력 평형이 작아지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가구구성원의 수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2명으로 전년(2.3명)보다 0.1명 감소했다. 한 집에 2명 내지 3명이 산다는 소리다. 방 3개에 거실, 자투리 방(알파룸)까지 있는 34평은 공간 낭비다.

가구원 수별 비중도 더 작은 집에 맞게 변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4.5%는 1인 가구다. 2인 가구(28.8%)로 그다음 많다. 3인 가구(19.2%)와 4인 가구 이상(17.6)는 계속 감소세다.

특히 서울에선 전용 84㎡로는 20‧30세대에게 분양을 하기 힘들다. 서울에서 가장 분양가가 낮은 지역 중 하나인 도봉구의 지난해 신축 아파트 전용 84㎡가 9억원이 넘는다. 9억원이면 주택담보대출로 LTV(담보인정비율) 70%를 인정받으면 2억7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이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노·도·강 기준 분양가 7억원, 매매시세 9억원을 형성하는 전용 59㎡도 거래가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전용 84㎡를 선호하는 것은 그간 건설사들이 전용 84㎡를 평균적인 국민들이 사는 '국민주택'으로 홍보해 온 영향이 크다. 정부가 규정한 국민주택은 '전용 85㎡ 이하'로 전용 84㎡, 59㎡, 49㎡ 등이 모두 국민주택이다. 그럼에도 마치 전용 84㎡보다 작은 주택은 국민주택이 아닌 '서민주택'인 것처럼 인식해 온 것이다.

최근엔 21평(전용 49㎡)도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요가 꽤 있다. 올해 1월 부천에서 분양한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은 전용 49㎡가 59㎡보다 경쟁률이 높았다. 서초구 메이플자이에도 전용 49㎡에 가장 많은 청약 인원이 몰렸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인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현재 국토부에선 국민주택 기준을 낮추면 소가족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실은 집이 없인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2030 대부분의 생각이다. 반면 집을 산 2030은 출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작은 집에 살다가 구성원이 늘어나고, 사정이 넉넉해지면 자연스럽게 더 큰 집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정부에서 늘 강조하는 '주거 사다리'의 시작은 첫 집을 사는 데서 시작한다.

원주민들에겐 분담금 부담을 줄이는 길이고, 새로 집을 살 분양자들에겐 분양가 부담을 낮추는 길이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의 길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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