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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압도적 스케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전기차 수상 비결 여기있었네"

산업 자동차 르포

'압도적 스케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전기차 수상 비결 여기있었네"

등록 2024.03.31 09:00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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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핵심 연구시설 공개···혹독한 담금질로 품질 확보모터·인버터 평가해 효율 제고···배터리 내재화 발판도 마련전기차 특화 소음·내구성 시험 중점···해외서도 방문 잇따라

현대차그룹 냠양기술연구소의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 4축 동력계 시험실에 아이오닉5가 올라가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그룹 냠양기술연구소의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 4축 동력계 시험실에 아이오닉5가 올라가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부문에서 전세계 상을 휩쓸며 최고의 상품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아이오닉5, 2023년 아이오닉6에 이어 올해 기아 EV9까지 E-GMP 기반 전기차가 3년 연속으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거머쥐는 등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분야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기술연구소의 역할이 주효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최고의 상품성을 갖추기까지 끊임없이 담금질되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7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남양연구소의 전기차 개발 핵심 연구 시설을 공개했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곳엔 현대차‧기아의 디자인부터 설계, 시험, 평가 등 신차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전동화 트렌드에 발맞춰 전기차, 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양연구소에서의 치열한 연구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복안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취재진은 전기차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PE(Power Electric) 시스템과 배터리 연구 시설부터 실차 조건의 시스템 평가를 통해 모든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대규모 연구동, 극한의 기후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풍동 시설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로봇이 아이오닉5의 가·감속 제어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전기차동력계 시험실에서 로봇이 아이오닉5의 가·감속 제어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 완성되는 '전기차의 심장'


전동화시험센터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체제 전환에 따라 기존 파워트레인 개발 조직이 전동화 조직으로 개편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신차가 양산에 이르기 전까지 충분한 성능 개발을 통해 전기차 품질을 개선하고 확보하는 활동을 담당한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전동화시험센터 내에 있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이다. 이곳은 전기차 핵심 구동계인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사전 개발하고 실차 효율을 평가해 전기차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이 시험실은 실도로에서 이뤄지는 주행 테스트와는 달리 실내 시험 공간 내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모사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신속한 원인 파악과 개선으로 전기차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

곽호철 전동화구동시험3팀 책임연구원은 "모터 단품 시험부터 차량 양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3가지 동력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력계 장비의 개수에 따라 크게 1축과 2축, 4축 동력계 실험실로 나눠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오닉5가 올라가 있는 4축 동력계 시험실은 실차를 직접 구동해 사륜구동(AWD) 포함 구동계 전체의 시험 평가가 가능한 곳이다. 배터리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던 1, 2축 시험실과 달리 전기차에 탑재되는 실제 배터리를 직접 활용한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발표한 2024년형 차량 연료소비효율에 따르면 아이오닉 6 롱레인지 후륜모델이 복합연비 140MPGe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냠양기술연구소 배터리 분석실의 드라이룸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그룹 냠양기술연구소 배터리 분석실의 드라이룸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차세대 배터리 기술 내재화의 중심 '배터리 분석실'


기초소재연구센터 소속의 '배터리 분석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분석해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현대차‧기아가 자체 연구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이재욱 재료분석팀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을 진행해야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가 배터리 소재 기술을 집중 연구하는 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소재 단계에서 그 특성을 이해하고 개선하면 문제점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고 최적의 소재 개발을 통한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운전자를 위한 모든 조건을 평가하는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차량 개발 및 평가에 필요한 300여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는 상용차의 특수성을 반영한 환경 및 성능 조건의 시스템 단위 평가를 통해 자동차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최적화한다.

4400여 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일직선으로 길게 뻗은 시험동 내부는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 등 크게 다섯 가지 구역으로 이뤄졌다. 차체‧안전 구역에서는 차량 내외부의 안전을 테스트하는 충돌 시험과 기후환경을 재현한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 로봇이 쏠라티를 대상으로 개폐내구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상용시스템시험동에서 로봇이 쏠라티를 대상으로 개폐내구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로봇시험실에 들어서자 로봇 팔이 차 문을 일정한 강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문을 여닫는 강도는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하며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어 방문한 BSR(Buzz, Squeak, Rattle) 시험실은 일명 웻지라고 부르는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로 둘러쌓여 있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음은 다양한 온도와 진동 조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음 환경에서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상용내구시험팀 이진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모빌리티의 발전방향이 전기차와 같이 점점 더 조용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BSR 소음을 평가하는 시험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 친환경 상용차 시험하는 상용환경풍동실


상용환경시험동 내 3개 시험실 중 하나인 상용환경풍동실은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전기차, 수소차 등)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냉각, 열해,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이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더욱이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대상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대상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제어실로 입장하자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비치된 환경풍동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환경풍동실 내부 공간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유로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시설 규모는 더욱 커진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 등 각종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험실에는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혹서, 혹한의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 또한 마련돼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고온 조건 테스트 시연과 함께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됐다. 유동 가시화 시험은 풍동 내부에 가스를 분사시켜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확인해 공력성능 향상에 기여하는 테스트이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상용 전기차 및 수소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인 만큼 최첨단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시험실 내부 모든 시설물은 수소 방폭 설비로 돼 있으며, 각종 화재 감지기와 자진 소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 안전관리본부에서 인증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자격도 실차를 시험하는 시험실로는 최초로 획득했다고 한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 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부처‧학계‧자동차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 및 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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