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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캐시카우서 애물단지로···실적 부진 빠진 건기식 자회사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캐시카우서 애물단지로···실적 부진 빠진 건기식 자회사들

등록 2024.04.19 11:02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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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건강·JW생건 매출 20% 이상 감소···종근당건강, 2년 연속 매출 하락주요 제약사 건기식 자회사 10곳 중 4곳, 지난해 적자 지속·전환6조 성장 건기식 시장, 식품‧제약‧유통기업 앞다퉈 진출해 경쟁 격화

주요 제약바이오 건기식 자회사의 매출&영업이익 변화. 그래픽=이찬희 기자주요 제약바이오 건기식 자회사의 매출&영업이익 변화. 그래픽=이찬희 기자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건강기능식품 자회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건기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과거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건기식 자회사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업체 10곳 중 6곳의 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또 10곳 중 절반은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 전환 혹은 적자 상태가 지속됐다.

2021년까지 성장을 거듭했던 종근당건강은 지난해 2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출을 줄여 얻은 '불안한 흑자'라는 평가다.

종근당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4581억원으로 2022년 5233억원 대비 12.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14억원 적자에서 19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종근당건강은 2016년 프로바이오틱스 '락토핏' 발매 후 2021년까지 매출이 급성장했다. 2016년 811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6155억원으로 6년 새 7.6배 증가했다. 2022년부터 역성장을 이어가며 2020년 매출액(5115억)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2016년 26억원에서 2017년 117억원, 2018년 261억원, 2019년 604억원, 2020년 67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2021년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2022년엔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판매관리비 지출을 줄여 얻어낸 성과라 앞날이 불투명하다.

종근당건강의 판관비 지출은 2022년 3454억원에서 지난해 2523억원으로 27% 줄었다. 세부 내역 중 광고선전비는 1352억원에서 927억원으로 31%, 지급수수료는 1526억원에서 1015억원으로 33% 감소했다.

건기식 기업의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는 주로 홈쇼핑 등 유통채널에 전달된다. 매출 역시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금액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함께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외형 성장이 둔화되며 실적이 함께 악화됐고, 적자 폭을 줄이거나 흑자 유지를 위해 지출을 줄였다.

휴온스푸디언스·유한건강생활·안국건강·JW생활건강·일동바이오사이언스 등은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다. 매출이 늘어난 나머지 기업도 성장 폭이 크게 줄었다.

외형 축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유한건강생활·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적자가 지속됐고, 안국건강·JW생활건강은 적자로 전환됐다. 휴온스푸디언스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5% 넘게 하락한 4억원 수준에 그쳤다.

제일헬스사이언스의 판관비는 2022년 165억원에서 지난해 156억원으로 6% 줄었다. 광고선전비는 2022년 15억원에서 지난해 1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외 유한건강생활은 48.21%(307억원→159억원), 휴온스푸디언스는 13%(75억원→65억원),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8%(38억원→35억원) 수준에서 각각 판관비 지출이 감소했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 안국건강, 유유헬스케어 등은 판관비 지출이 전년대비 늘었다. 안국건강을 제외하면 두 기업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한 기업이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건기식 자회사 과반이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은 건기식 시장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기식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하며 식품‧제약‧유통기업까지 건기식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정하고 경쟁적으로 진출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 1월 올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를 6조2022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 규모로,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약 27% 확대된 규모다.

식품업계에서는 여러 기업이 건기식 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인다. 빙그레는 지난 2019년 건강 지향 통합 브랜드 'tft'를 출범하고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다. 풀무원은 2019년 인적분할 후 풀무원 계열사로 독립했다. 농심은 지난 2020년 건강기능식품 라이필 더마 콜라겐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건강기능식품의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과 '특수의료용도 식품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을 신규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건기식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걸로 풀이된다.

제약사는 관계사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사 대웅바이오는 지난해 10월 자사 개발 건강기능식품 3종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다음달 혈당관리 건기식 브랜드 '베어헬스'를 출시한다는 게획이다.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2022년 한미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건강기능사업 등을 추진했다.

유통기업 이마트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바이오퍼블릭'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고, 롯데는 지난해 롯데헬스케어 '캐즐'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에 진출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에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한다. 화장품 기업 클리오는 2020년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건기식 자회사 클리오라이프케어를 설립했다.

야심차게 신사업에 진출했지만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클리오 자회사인 클리오라이프케어는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도 순손실 17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지난해 영업손실 18억원으로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9배나 악화했고, 순손실은 12억원에서 91억원으로 확대됐다, 매일유업 계열사인 매일헬스뉴트리션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49억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세 회사 모두 지난해 모회사 성적표는 전년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여 자회사가 오히려 실적 개선에 방해가 된 셈이다.

이처럼 건기식 사업이 신성장 동력이 아닌 짐덩이로 전락하자 각 기업은 다른 사업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건기식 사업에 진출했던 오리온은 당시 허인철 부회장 주도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는 과정에서 디저트와 간편대용식, 음료(생수)사업과 함께 건강기능식품사업을 4대 신사업으로 지정했다. 이후 디저트사업부터 음료사업까지 순차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오리온은 2020년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했다. 4대 신사업이란 명칭은 3대 신규사업(간편대용식, 음료, 바이오)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건기식 사업은 주력 신사업에서 밀려났다. 이는 당초 허인철 부회장이 신사업 구상을 발표했던 때와 달리, 건기식 사업 경쟁이 심화되며 후순위로 밀려난 결과라는 후문이다.

GC녹십자웰빙은 올초 이사회를 열고 건기식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건기식 사업이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면서, 회사 내에 B2B부문(주사제)과 B2C사업(건기식)이 혼재돼 있어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최적화 전략의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레드오션으로 변한 건기식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점 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식품안전나라 공개기준 지난해 개별인정형 원료 인정 건수는 총 45건이다. 2022년 공개 건수와 비교하면 2건 늘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고시형 원료와 달리 식약처 인정을 받게 되면 6년간 생산과 판매를 독점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간한 '2023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전체 품목별 생산 실적 중 차지하는 비율은 20.4%로 홍삼(23.6%) 다음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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