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새로', 작년 소주 MS 21% 중 8%로 급성장진로 대신 켈리 띄운 하이트진로, 지난해 소주 매출↓MZ세대 위한 저도수·제로슈거 소주 트렌드 경쟁 심화
업체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롯데칠성이 새로를 '대표' 제로슈거 소주로 설명하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한편, 하이트진로는 진로를 제로슈거 소주 부문 '1위'라는 키워드로 홍보에 나서며 양사 간 경쟁이 더욱 불붙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9년 4월 출시한 진로의 5년 간 누적 판매량이 19억병을 넘겼다. 이는 1초에 13병이 팔린 꼴이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매출 기준 진로가 제로슈거 소주 부문 판매 1위로 업계를 선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1위의 근거로 내세운 기준은 '주류 A사'의 제로슈거 소주 제품 매출이다. 하이트진로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진로 매출은 주류 A사의 제로슈거 제품 매출 대비 70% 높았다. 여기서 언급된 주류 A사의 제로슈거 제품은 롯데칠성의 새로로 추측된다.
당초 제로슈거 소주는 2019년 무학이 '과당제로 좋은데이'를 선보이며 처음 출시했으나 시장을 키운 건 롯데칠성이다. 롯데칠성은 2022년 9월 새로를 내놓으면서 단시간 시장에 안착했고, 이후 하이트진로도 2023년 1월 진로를 제로슈거 소주로 리뉴얼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칠성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처럼 새로는 매출 1256억원을 올렸다. 작년 말 기준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MS)은 21%이며, 이중 새로는 8%를 차지했다. 새로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소주의 특성 상 마시던 제품만 마시는 고정 소비층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제품이 출시 1년여 만에 MS를 8%를 확보하는 건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 받는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밝힌 바에 의하면 작년 한 해 진로의 매출은 2100억원대로 추산된다. 리뉴얼 이후 진로의 누적 판매량은 약 4억병으로 추정된다. 제로슈거 소주 시장에서 새로가 1병 팔릴 때 진로는 1.7병이 팔린 셈이다.
다만 전체 소주 시장에서 보면 새로가 급성장하면서 롯데칠성이 하이트진로의 소주 점유율을 일부 빼앗은 모습이다.
작년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은 1조4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칠성의 소주 부문은 매출 3387억원으로 22.4% 증가했다. 업계에선 새로의 MS 중 약 4%는 하이트진로에서 가져왔다고 추산한다.
더욱이 진로는 시장에 안착한 상태로 리뉴얼한 제품인 반면 새로는 당초 제로슈거 소주로 나온 신제품이라는 점에서 제로슈거 소주 카테고리에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제품으로 꼽힌다.
전체 소주 MS로 보면 하이트진로가 65%, 롯데칠성이 21%로 약 3배 차이가 나는 가운데 제로슈거 소주 기준 새로와 진로의 격차는 약 1.7배로 새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하이트진로가 주력 사업인 소주에서 롯데칠성의 추격을 내준건 지난해 맥주 신제품 '켈리'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맥주 1위 탈환을 목표로 야심차게 내놓은 켈리는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한 반면 그 사이 새로가 치고 올라오며 소주 사업은 주춤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액으로 보면 하이트진로의 고전은 더욱 명확하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맥주 매출 390억원을 증액한 반면, 소주 매출에선 299억원이 빠졌다. 소주 대신 맥주에 집중한 결과 전체 소주·맥주 부문에서 약 90억원의 매출이 증가한 셈이다. 다만 이 기간 하이트진로는 판매관리비를 작년보다 1174억원 더 썼다. 들인 투자 대비 거둔 성과가 미흡한 셈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제로슈거 소주 신제품 '진로 골드'를 내놓고 소주 사업에 다시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진로 골드는 알코올 도수가 15.5도로 기존 제품보다 도수를 낮추고 제로슈거로 출시돼 저도수·저당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이다. 하이트진로는 M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서울 성수·부산 서면에서 약 한 달간 진로골드 팝업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롯데칠성은 이달 제로슈거 소주에 과일 맛을 첨가한 '새로 살구'를 출시하고 라인업을 강화했다. 새로 살구는 알코올 도수 12도에 기존 과실주보다 단맛을 줄인 제로슈거 소주다. 역시 소주를 처음 접하는 MZ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출시된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20대 때 처음 마시기 시작하면서 특정 제품에 정착하면 잘 바꾸지 않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라며 "제로슈거 소주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제로슈거 소주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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