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부진 아들 서울대···재벌가 '학벌 공식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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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아들 서울대···재벌가 '학벌 공식 파괴

등록 2026.02.10 17:58

이승용

  기자

조기유학 없이 국내파로··· 휘문중·휘문고에서 서울대로대치동 설명회까지··· 스마트폰·게임 끊었다는 공부 루틴영어 환경·글로벌 네트워크가 해외 학부 비중을 키웠다

지난 9일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겸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왼쪽)과 아들 임동현 군이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을 마친 뒤 야외로 나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지난 9일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겸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왼쪽)과 아들 임동현 군이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을 마친 뒤 야외로 나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재계에 오래 회자되는 일화가 있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과 삼성 창업주 이병철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녀 학교 이야기가 나오면 이병철 창업주는 말을 아꼈고, 정주영 창업주는 유난히 말수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자녀의 서울대 진학이다. 재벌가에서도 서울대는 '돈으로는 못 사는 증명서'처럼 여겨졌다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명문대 진학 경로는 다양하지만 서울대는 한국식 경쟁을 통과했다는 표식으로 읽혔다. 그래서 재계에서 서울대는 학벌이 아니라 '통과증'에 가까웠다.

그 '통과증'이 요즘 다시 헤드라인이 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아들 임동현씨가 2026학년도 수시에서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후 삼성가(家)에서 39년 만에 '서울대 학맥'을 다시 잇게 된 것이다.

임동현씨가 대치동 학원에서 모교 후배들을 상대로 내신·수능 공부법을 공유한 사실까지 전해지며 관심은 더 커졌다. '스마트폰·게임을 끊었다'는 식의 루틴이 화제가 된 것도 단순한 '재벌가 자제의 진학'이 아니라 '국내 입시의 문법으로 서울대를 뚫은 사례'로 읽혔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재벌가 자녀들은 영어유치원을 거쳐 조기유학길에 오르는 것과 달리, 임동현씨는 서울 강남의 명문 사학인 휘문중·휘문고를 졸업하면서 국내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해외학교가 기본값이 된 판에서 임동현씨 서울대 합격이 상징적으로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재벌가 대학교를 살펴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는 캐나다 고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에 진학,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딸 이원주씨는 시카고대에서 데이터 과학을 전공 중으로 자녀 모두 해외에서 학업을 진행했다.

SK家도 비슷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인근씨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을, 장녀 최윤정씨는 시카고대 생물학 학사,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를 취득했다. 차녀 최민정씨는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밖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 정해찬씨도 미국 코넬대를 선택했다.

이렇게 보면 재벌가 학벌 서사의 중심축은 이미 '국내 명문대'에서 '해외 명문대'로 넘어간 지 오래다. 고등학교부터 해외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글로벌 생활권에 익숙해지는 흐름이 굳어졌고, 그만큼 해외 학력이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닌 '배경'이 됐다.

해외 학부가 기본값이 된 이유는 단순히 돈이 있어서라고 설명되지 않는다. 영어 환경과 글로벌 네트워크, 다양한 전공 선택지, 그리고 이후 커리어 설계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 일가 입장에선 '경영 수업'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든 선택지가 넓다.

반면 임동현씨의 서울대행은 이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가 기본값이 된 판에서 국내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경쟁력을 쌓아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희귀한 선택지'가 됐고, 바로 그 희귀성이 화제성을 만들었다. 결국 임동현씨의 서울대 합격은 '재벌가도 서울대 간다'가 아니라, 재벌가 학벌 공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되짚게 만드는 '공식 파괴'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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