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황기영·박장호 각자대표 체제···수출에 '올인'내수 실적 내리막길···브랜드력 낮고 신차효과 소멸전문가 "후속 투자 실종···R&D·고객 마케팅 강화해야"
1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황기영 해외사업본부장 전무와 박장호 생산본부장 전무를 각자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용원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KG모빌리티는 곽재선 회장을 포함해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지난해 KG모빌리티에 합류한 황 전무는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바탕으로 9년 만에 해외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흑자 전환과 함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박 전무는 쌍용차 시절부터 생산과 노무 등을 담당해 왔고, 건전한 노사 문화 구축 등을 인정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앉게 됐다. 해외사업본부와 생산본부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향후 수출 확대와 생산 효율성 제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판매가 내수 앞질러···파생모델 중심 신차전략 '우려'
KG모빌리티는 쌍용차 시절인 2000년대만 해도 전세계 100개국이 넘는 국가에 자동차를 수출했지만 2009년 법정관리 이후부터 해외 판매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4년 7만2011대에 달했던 해외 판매량은 2015년 4만5100대, 2017년 3만7008대 등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왔다.
이 같은 해외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는 러시아 크림반도 합병사태, 브라질 수입차 관세 인상 등이 첫 손에 꼽힌다. 특히 마힌드라 시절 CKD(현지 반조립) 방식으로 진행했던 렉스턴의 인도 판매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중단됐고, 한때 추진했던 중국 시장 진출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한 KG모빌리티는 영국 등 서유럽과 호주, 칠레 등에 소규모로 판매하는 로컬브랜드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KG그룹 인수 이후 KG모빌리티의 해외 판매는 빠른 속도로 회복한 모습이다.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대한 결과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선 판매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KG모빌리티의 연간 판매량은 11만5919대로, 이 가운데 내수 비중은 54.6%(6만3345대)였다. 하지만 올해(1~4월 기준) KG모빌리티의 내수 판매 비중은 40.6%(1만5875대)로, 해외 시장(2만3202대)보다 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KG모빌리티의 올해 내수 판매는 1월 3762대, 2월 3748대, 3월 4702대, 4월 3663대 등 매월 3000~4000대 수준에 머물고 있고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1%나 급감했다. 지난 2022년 10월 토레스 1종으로만 4879대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KG모빌리티의 약한 브랜드력과 신차 부재는 내수 판매 감소의 배경이 됐다. 주력차종인 토레스의 신차효과가 소멸하고, 신규 브랜드인 'KGM'도 고객들에게 어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고객 접점 늘리는 완성차업계···KGM은 간판 교체 뿐
현재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한국GM(쉐보레), 르노코리아 등 완성차업계는 내수 수요 위축에 대응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르노코리아는 최근 대대적인 브랜딩과 함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전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1월엔 대형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수원점에 입점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 성수'를 개소하기도 했다. 한국GM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통해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고객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반면 KG모빌리티는 고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전용 캠핑장도 최근 없앴다.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이후 진행된 리브랜딩 작업은 전국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의 간판을 'KGM'으로 바꾼 게 전부다. 자동차회사의 얼굴과도 같은 엠블럼은 새로 제작하는 대신 1997년 출시된 체어맨의 윙 엠블럼을 재활용했다.
이달 들어 토레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을 단행한 KG모빌리티는 올해 3분기 토레스 쿠페, 하반기 토레스 전기 픽업트럭(O100)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정된 신차 모두 토레스의 파생모델인데다 경쟁사 대비 열세인 브랜드력 탓에 시장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판매 중인 토레스와 전기차 토레스 EVX를 더하면 '토레스' 기반의 KGM 모델은 4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고객 마케팅 강화와 신차 연구개발 투자를 KG모빌리티에 주문했다. 자본을 적극 확충해 투자하지 않는다면 KG그룹도 과거 최대주주인 상하이차, 마힌드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쌍용차라는 이름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사명을 변경한 건 긍정적이나 새로운 브랜드(KGM)를 알리기 위한 후속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전동화 모델 등 신차가 3종 이상 나와줘야 하지만 토레스의 파생모델들로 버티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KG그룹은 KG모빌리티에 5000억~1조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고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파생모델이 아닌 신차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진정한 부활이라고 보기 어렵다"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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