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제마진 연일 하락세···연초 대비 '반토막'국제유가 상승에 경유 가격 하락···소비 위축 풀이2분기 실적 불투명···1분기 실적 대비 저조할 전망
23일 하나증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전 주 대비 0.8달러 하락한 5.4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BP)인 4~5달러는 넘었지만, 15달러까지 상회했던 올해 초 기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수에즈 운하 봉쇄와 원유 가격 오름세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으로 가는 수출길이 적체돼 경유 재고가 쌓였다는 풀이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출길 봉쇄로 아시아 지역에 경유 재고가 쌓여 경유 수급에 대한 밸런스가 무너졌다"면서 "이에 따라 경유 가격이 하락했고, 정제마진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 가격은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매월 유가가 높게 형성되면 이에 따른 부담도 함께 높아져 소비가 위축된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5일 배럴당 90달러를 뚫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 외 유럽의 하이브리드 시장 활성화에 따른 디젤 수요 감소도 정제마진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은 현재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디젤은 그간 연비가 높아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신규 하이브리드 차량의 잇단 신차 출시와 빠른 주행 성능 등으로 디젤 수요가 감소하는 형국이다.
정제마진 하락세에 국내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도 주춤할 전망이다. 앞서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1분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동반 상승에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과 정제마진 강세로 영업이익 5911억원을 나타내 흑자 전환했으며,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도 나란히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이 같은 정제마진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이들의 2분기 실적은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본업인 정유 외에 바이오원료, 폐플라스틱 등 탈(脫)정유 사업도 동반 추진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등 이차전지 사업과 폐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고,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각각 재생연료 사업과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사업을 이끌고 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정유 사업 이익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에도 불구, 가파른 정제마진 하락에 의해 1분기 대비 저조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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