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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M&A'로 살 길 모색하는 제약바이오···"'정부 지원' 필요해"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M&A'로 살 길 모색하는 제약바이오···"'정부 지원' 필요해"

등록 2024.05.29 16:59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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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지분투자·이종기업 M&A 사례 증가 2015년 유한양행 '오픈이노' 이후 시장 변화 기업 참여 높이기 위해선 정부 지원 필요

그래픽=홍연택 차장그래픽=홍연택 차장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늘고 있다. 그간 제약바이오업계는 M&A 불모지로 평가돼 왔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벤처가 늘고 있고 제약사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반영되면서 지분 투자 및 M&A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는 최근 일동제약그룹의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이디언스에 25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일동홀딩스에 이은 2대주주로 올라섰다. 아울러 아이디언스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과의 병용투여에 관한 공동개발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아이디언스의 '베나다파립'을 활용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조치다.

동아에스티는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지난해 12월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3세대 ADC 링커 기술이 접목된 'AT-211'를 위암, 췌장암 타깃으로 국내 및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유한양행도 지분 투자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4월 프로젠을 300억원에 인수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양사는 다중 타깃 항체치료제 등 차세대 혁신 바이오 신약후보 물질 개발을 함께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젠은 다중 표적 타겟팅 및 체내 지속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 ' NTIG®'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회사는 이 기술을 적용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의 'PG-102'는 GLP-1 및 GLP-2 수용체를 동시에 타겟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1b상 단계에 있다.

유한양행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난 2019년 6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듬해엔 1조4090억원(계약금 200억원) 규모의 알레르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기도 했다. 'YH35324'는 현재 공동 개발 중으로, 유한양행이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가지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 4월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 큐리언트에 1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큐리언트가 보유 중인 표적항암제 'Q901'과 면역항암제 'Q702', 아토피치료제 'Q301' 등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항암제 및 아토피 외용제에 대한 입지와 R&D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HLB바이오스텝은 이달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인증을 받은 독성시험 전문기업 '크로엔'을 인수하고 'HLB바이오코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HLB바이오스텝은 바이오 인프라 구축,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주력으로 전개하는 기업이다.

회사는 'HLB바이오코드'에 대규모 시설 투자와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크로엔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강스템바이오텍과 협력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종업종 간 M&A도 발생하고 있다. ADC 강자로 알려진 리가켑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는 유통 대기업인 오리온과 M&A를 체결했다. 오리온은 지난 1월 약 5500억원을 투입해 제 3자배정 유상증자와 구주 매각으로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취득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에 오리온은 바이오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고, 리가켐바이오은 자금 확보로 연구개발능력을 고도화시킬 수 있게 됐다.

부광약품 모회사인 에너지·화학 대기업 OCI그룹은 올 초 한미약품그룹과의 M&A를 추진했다. 결국 통합은 무산됐지만 제약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제약사를 대상으로 M&A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수진 22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당선자가 지난 28일 한국산업연합포럼-한국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바이오 기업 성장지원 생태계 조성 방안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최수진 22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당선자가 지난 28일 한국산업연합포럼-한국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바이오 기업 성장지원 생태계 조성 방안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업계는 고금리발 투자 한파로 자금난을 겪는 바이오벤처들의 밸류가 낮아지면서 기업들간 지분투자 및 M&A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수진 22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당선자는 지난 28일 한국산업연합포럼-한국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바이오 기업 성장지원 생태계 조성 방안 포럼에서 "IPO(기업공개)가 막히면서 M&A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나라에선 제약사들끼리 절대 M&A가 일어나지 않았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사업을 했기 때문에 하는 분야가 똑같아서 시너지가 안 났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생겨나고, 최근 기업들의 가치 평가 하락으로 인수 매력도가 증가해 다양한 M&A형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아예 바이오에 접근할 수 없었던 회사들의 M&A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초코파이 만드는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사례는 정말 재밌다"며 "IT버블이 일어날 때 네이버, 카카오 등의 대기업이 출생한 것처럼 우리 바이오도 큰 기업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M&A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투자에서 정부 비중이 62%에 달한다. 미국 17%, 일본 36%에 비해 너무 높다"며 "정부가 투자를 안 하면 전체 투자 금액이 확 줄기 때문에 이를 좀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 등 민간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벤처들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선 지리적, 공간의 물리적 확장은 물론 글로벌로 가는 시장간 영역 확장과 대기업과 상생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제공조병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제공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도 이날 M&A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 파트너에 따르면 국내는 80% 이상이 IPO를 통한 엑시트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이 같은 비율을 보였고, 1990년대부터 오픈이노베이션의 개념이 도입돼 2000년대 초반 M&A의 비중이 약 9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지난 2015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항암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를 탄생시키면서 국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조 파트너는 "국내 기업들의 R&D 역량 향상으로 글로벌 시장과의 연관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가치 하락으로 인수 매력도가 향상되고 있어 올해부터는 M&A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전망"이라며 "특히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바이어의 수요 및 셀러들의 매각 자산 누적으로 (M&A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은 단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AI 등 다른 사업 영역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혜택 제공, 새로운 약가보상제도 마련, 정부 주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세액공제나 감면은 내부 R&D비용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지분취득, 라이선스 인 등 외부 취득 기술투자 부분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R&D지출비용과 R&D기업 투자실적을 약가보상과 연계시키는 새로운 약가보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투자혜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파트너는 매수자, 매도자 그룹이 서로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협회나 정부 주도의 단체를 구성해 M&A 및 라이선스 아웃 후보군 대상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바이오를 신규 사업영역으로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보중개와 담당자간 교류는 M&A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업간 네트워킹, 산업동향정보 교환을 촉진하는 플랫폼 구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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