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내달부터 신규 가입 점주에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대항마' 쿠팡과 경쟁···구독제·수수료 재정비로 수익 마련배달업계 출혈경쟁, 외식물가 인상 우려···자영업자 부담↑
다만 업계 1위 배민의 행보가 외식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료 멤버십 도입은 물론 수수료 체제 변화로 높아져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에 배민은 포장 주문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가게 매출 증대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외식업광장을 통해 내달 1일부터 포장 주문에 가입하는 신규 점주에 대해 중개 이용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존 점주와 이달 내로 가입을 마친 점주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 무료 정책을 유지한다.
포장 수수료는 음식 값의 6.8%로 기존 배달 수수료와 동일하다. 배민이 포장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포장 주문 역시 배달 주문처럼 배민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이 2만원어치의 음식을 앱을 통해 포장하면 점주는 포장 수수료 1360원을 지급하게 된다.
앞서 배민은 지난 2020년 8월 포장 주문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부과를 검토했으나 코로나로 자영업자가 어려운 시기인 점을 감안해 무료 정책을 연장했다. 배민 입장에선 이후 4년을 추가로 무료 정책을 유지해온 셈이다. 또 배민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배달앱 자율규제 이행점검 자료'를 통해 포장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배달업 3사 중에선 요기요가 유일하게 포장 주문에 대해 12.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포장 주문 무료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수수료 부과 여부는 미정이다. 정책 종료 시기가 정해진 만큼 이후 유료로 전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민이 포장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동시에 수익 창출을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을 토대로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배민은 사실상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쿠팡은 지난해 와우 멤버십을 통해 약 4조원 이상의 혜택을 제공했고, 올해는 혜택을 더욱 강화할 목적으로 5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했다. 그 사이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와우 회원 대상 10% 할인을 제공하며 매달 월간이용자수(MAU)를 늘렸고, 올해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치고 올라왔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MAU는 각각 2185만명, 698만명, 559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배민 0.5%, 쿠팡이츠 2.0%, 요기요 1.6% 증가한 수치다. 배달앱 3사 모두 무료배달 경쟁을 펼친 결과 성장했다.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매월 10% 내외로 가팔랐는데, 업계 전반에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다소 완만해졌다.
쿠팡이츠는 엔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주춤하자 와우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최초로 시작했다. 이후 배달업계 전반에서 소비자 혜택을 키우고 할인을 내세운 출혈 경쟁이 한창이다. 이에 배민도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을 론칭하고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민클럽의 구독료와 무료 체험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향후 B마트와 배민스토어 등 자체 서비스 내 혜택을 강화해나갈 걸로 보인다. 그동안 가입만 하면 받을 수 있던 혜택을 구독제로 전환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나아가 고정 수익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배달업계의 출혈 경쟁이 곧 외식 및 배달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영업자가 무료배달 서비스를 소비자에 제공하려면 배달 플랫폼의 자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가게가 직접 배달하는 방식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에 수익 보전이 어려우면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포장 주문 수수료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시작하면 자영업자는 결국 음식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배달 주문 비중이 높은 외식업계에선 배달 플랫폼 수수료 증가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이 커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임차료와 인건비, 원재료 가격도 모두 오르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 중계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며 "예전엔 많이 팔고 매출을 올리는 박리다매 식의 장사가 가능했는데, 배달 플랫폼의 자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출이 오르는 만큼 퍼센테이지(%)로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라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배민은 포장 주문 중개 이용료로 서비스 개선에 적극 투자한다는 입장이다. 포장 주문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기능 고도화 및 편의성 확대, 광고 효과 극대화 등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서비스로 가게 경영 효율화 및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민에 따르면 현재 배민의 포장 주문은 전체 주문의 7%에 그친다. 배민은 향후 고객 할인비용 50% 페이백 정책을 통해 포장 주문 활성화를 돕고, 앱 내 별도 카테고리를 만들어 노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배달 주문의 포장 주문 전환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포장 주문 서비스는 배달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당사 앱을 통해 주문이 발생하는 서비스"라며 "배달 주문 서비스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개발인력 및 유지관리, 서버 운영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지난 4년간 무료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포장 서비스 이용 업주와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수령 방법 선택 편의 확대와 포장주문 접수번호 확인 기능 등 기능을 개선해왔다"며 "포장주문 서비스 활성화는 낮은 비용으로 추가 매출 확대나 마케팅이 가능해 가게 경영 효율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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