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역대 최대 비축유 방출했지만 정유사 '비상'

산업 에너지·화학

역대 최대 비축유 방출했지만 정유사 '비상'

등록 2026.03.19 06:59

김제영

  기자

IEA 비축유 방출에 2246만배럴 단계적 공급'대체 원유' 도입 제약, 가동률 하락·시간 소요실적 불확실성 확대···석유화학업계 타격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 원유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섰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석유화학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합의에 따라 2246만배럴을 3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내 전략비축유 방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번 주 내 에너지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비축유 방출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별도로 해외 원유 확보에도 나섰다. 정부는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18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도입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수급 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국제 원유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원유 가격 지표인 두바이유 가격은 변동성이 확대됐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만큼 국내 정유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3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IEA가 비축유 방출 결정 이후 추가 방출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국제유가는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지시간 17일 국제 원유 시장에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122.84달러로 전날보다 7.1% 하락했으나 전쟁 직전(2월 27일, 71.81달러)과 비교하면 약 1.7배 높다. 브렌트유 역시 100달러를 넘어선 뒤 횡보하고 있다.

정부의 비축유 방출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수급 부담은 일부 덜어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방출 규모(2246만배럴)가 국내 소비 기준 약 10일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유 비축량은 정부 비축 약 1억배럴, 민간 정유사의 의무 재고 약 9000만배럴을 합쳐 총 1억9000만배럴 수준이다.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이 약 200만 배럴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208일치 물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수출용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물량을 제외하면 실제 국내에 공급 가능한 원유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 재고에는 수출 물량도 포함돼 실제 내수 공급량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말부터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진 점을 감안하면 민간 재고는 향후 약 한 달가량 버틸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 원유 공급선 확보에도 제약이 따른다. 국내 정유 설비가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에너지 수입 다변화에 한계가 있어서다. 다른 산지의 원유를 투입하더라도 정제 가동률이 7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대체 원유를 수입할 시에도 실제 계약 체결 및 운반에 한 달 이상 소요돼 당장의 공백을 메우기는 불가능하다.

이 가운데 정책 변수 역시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주유소 판매가에 최고가격제를 적용하면서 정유제품 수출 확대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손실액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보전 비용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도 크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 실적에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국제유가가 급등해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정유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유 가격 상승에도 제품 가격 인상이 제한되면서 정제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유 도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나프타 공급 감소로 이어져 석유화학 업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유·석유화학 공급망은 '원유→나프타→에틸렌'으로 이어진다.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석유화학 업계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축유 방출로 시장 불안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겠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생산 차질이 본격화될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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