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신용등급 하향에 시중은행 선제적 조치부동산 업황 부진·고금리 속 충당금 추가적립 가능성합의점 못 찾고 평행선···부동산 PF 재평가 결과 관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실무진은 전날 오후 퇴직연금 상품 취급 중단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주요 은행들이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면서 저축은행업계가 먼저 협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신용등급 'BBB'급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중단에 포함된 곳은 OK·OSB·애큐온·페퍼 등 대부분 상위 저축은행들이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등급 BBB급 저축은행의 신용도가 퇴직연금 운용면허 반납 기준인 'BB'급으로 강등될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국내 신용평가 3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저축은행 30여곳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6개사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이 올 들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큰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다. 다수의 저축은행 신용도가 단기간에 하향 조정된 건 이례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OSB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고, 애큐온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도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강등시켰다.
부동산 업황 부진과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PF 사업장의 사업성 재평가 결과에 따라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증가와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용등급이 'BBB-'로 떨어진 페퍼·OSB·JT‧스마트저축은행 등 4곳은 퇴직연금 사업을 접어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일부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신규 판매를 중단하면서 저축은행의 유동성을 둘러싼 우려는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 판매중단 조치에 앞서 사전 협의해달라는 저축은행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32곳의 정기예금 잔액(90조1600억원) 가운데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원으로, 총수신의 33%를 차지한다. 시중은행들의 퇴직연금 판매중단이 확대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저축은행들의 돈줄이 더욱 마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퇴직연금 운용사인 은행 입장에선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헷지할 수 밖에 없다"며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 중인 부동산 PF 재평가가 어느정도 진전돼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간 합의점이 나올 수 있을 것오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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