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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권, 주담대금리 올리고 예금금리 낮춰도 못 웃는 이유

금융 은행

은행권, 주담대금리 올리고 예금금리 낮춰도 못 웃는 이유

등록 2024.08.06 15:18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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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신규 주담대 금리 잇단 인상 가파른 시장금리 인하로 대출금리 인상 효과 상쇄NIM 하락 불가피···수익성 관건은 조달비용 효율화

은행권, 주담대금리 올리고 예금금리 낮춰도 못 웃는 이유 기사의 사진

최근 잇따라 주택담보금리를 인상하고 예금금리는 낮춘 시중은행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의 하락 속도가 주담대 금리 인상 속도보다 빨라서다. 대출 경쟁 강도를 낮추고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더라도 순이자마진(NIM)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총 다섯차례나 주담대 및 전세대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지난달 3일과 18일 주담대 금리를 0.13%p, 0.2%p씩 인상한 국민은행은 이달 2일 전세자금대출금리를 0.3%p 올렸다. 오는 8일부터는 KB 주택담보대출과 KB 일반부동산담보대출의 금리를 각각 0.3%p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최근 네 차례 대출 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각각 0.05%p씩 인상한데 이어 29일엔 주담대 금리를 0.3%p 올렸다. 이달 7일에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p 인상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2일과 24일에 이어 이달 2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인상한 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4조7383억원으로, 전달 대비 7조1660억원이나 급증했다.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무리한 가계대출 확대 자제를 당부한 데 이어 DSR 규제 준수 여부 등 가계대출 현장점검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채 금리 '뚝뚝'···예대마진 개선에도 속내 복잡한 은행권


인상을 거듭하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적금 연이자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 주요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p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2일부터 만기 3년 이상인 예금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2%p 인하했다. 농협은행도 지난 5일 3년 만기 일반정기예금과 자유적립정기예금의 연이자율을 0.25%p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시중은행들만 배를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예금금리는 내려가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은행의 예매마진은 개선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주담대 금리가 높아졌지만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은행채 금리는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금리) 대출금리는 기본금리인 은행채(금융채) 5년물에 연동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5년 만기 금융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3.101%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같은 기간에 기록한 3.396% 대비 0.295% 떨어진 수치다.

美 연준 '빅컷' 가능성···다시 등장한 2%대 주담대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 하단은 각각 2.94%, 2.991%까지 내려왔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까지 떨어진 건 지난달 26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빅컷(0.25% 이상 금리인하) 또는 한국은행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 고조에 따라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둔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손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하강 폭이 크게 나타날 경우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연체 및 부실규모가 단기간 내 축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침체 여파로 자영업자 중심의 소호(SOHO)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리스크는 사업장 재분류 등을 거치며 완화되겠지만, 소호 대출은 대부분 부동산 등을 담보로 취급되는 만큼 향후 담보 수준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에 신규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이미 고정형 저금리 대출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NIM에 바로 반영되긴 어렵다"며 "특히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둔화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금리인하기에는 조달금리를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느냐가 은행 수익성의 관건"이라며 "조달비용 수준에 따라 은행별로 차별화된 실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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