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상호금융 만용 방관 않겠다"···감독체계 대대적 손질 예고

9일 오전 '상호금융업권 간담회' 개최

김병환 "상호금융 리크스 심각 수준"

'느슨 규제' 원인···금융위 차원 손볼 듯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 본부에서 상호금융권 간담회에서 열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을 기반한 상호금융(농협·새마을금고·수협·신협·산림협동조합) 감독 강화를 예고 하면서, 향후 대대적인 체계 손질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9일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 본부에서 '상호금융업권 간담회'를 열고 "상호금융이 규모 확대만 집중한 결과 부실채권도 급격히 늘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 배경으로 '느슨한 감독 규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규제 재정비를 위해)지배구조, 영업행위, 부실 정리 등 분야에서 관계 부처와 해당 기관이 협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 위원장과 상호금융업권 관계자들이 첫 회동을 하는 자리였다.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 이사, 여영현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 손성은 신협중앙회 신용공제사업대표이사, 김기성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대표이사, 강대재 산림조합중앙회 사업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 추진과 상호금융기관 본연 역할 재정립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연체율 축소, 부실채권 매각 관련 목표치가 제시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이번 회의에서 각 상호금융사에 건전성 정상화 관련 로드맵 등 자료 제출도 요구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A 상호금융 관계자는 "이날은 신임 금융위원장과 상호금융업권의 첫 회동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자료, 문제 해결 목표치를 양측 모두 요구하거나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금융당국이 현재 상호금융업권의 연체율, 건전성 부실 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전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상호금융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서 상호금융의 높은 연체율이나 과당 경쟁으로 발행산 부실채권 문제에 대해 당국의 쓰디쓴 질책을 들었다"며 "당국이 이날 공식 주문한 6개월 내 부실 PF 사업장 재구조화 등에 신경 쓰겠다"고 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상호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외형성장에만 치중한 결과 조합적 성격에 비해 자산규모가 너무 커졌다"며 "충분한 자산운용 역량과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수신 경쟁을 벌인 결과 자산 규모가 리스크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했다"고 일갈했다. 실제 상호금융 총자산은 현재 1033조원으로 10년 만에 2배로 급성장했다.

그동안 상호금융사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연체율은 크게 높아졌다. 당국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올해 2분기 PF대출 및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은 11.50%로 집계됐다. 무분별한 PF대출 영향으로 상호금융 상반기 순이익도 곤두박질쳤다. 새마을금고(전국 1284개)는 상반기 1조201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1236억원) 대비 10배가량 적자 폭이 확대한 셈이다.

상호금융사들의 연체율도 많게는 약 두배 증가했다. 새마을금고의 상반기 연체율은 7.24%로 전년 말(5.07%) 대비 2.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뱅크런 사태가 발발했던 지난해 하반기 연체율(6%대)을 넘어선 수준이다. 동기간 신협(3.63%→6.25%), 농협(2.65%→3.65%), 수협(4.14%→6.08%), 산림조합(3.41%→5.63%) 등도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에 적용되는 '느슨한 규제'가 이같은 상황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금융위 내 상호금융협의체를 이용해 의견 교환을 진행하고, 향후 규제 적립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운영하는 상호금융협의체에서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오늘 간담회에서 상호금융의 규제 강화를 공표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상호금융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6개월 내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를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부실채권 정리 방안과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조치 등 방안들도 연말까지 차질 없이 이행해 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