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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임시주총에 '맞임시주총'으로 점입가경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임시주총에 '맞임시주총'으로 점입가경

등록 2024.10.01 12:37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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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서울교통회관서 11월 28일 개최한미사이언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임시주총 요구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그룹 제공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그룹 제공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결정한 가운데 한미사이언스 측이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한미약품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한미약품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일명 '대주주 3인 연합'이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은 오는 11월 28일 서울교통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논의되는 안건은 이사회 구성원 제한(10명)을 11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과 현재 공석인 1자리를 포함한 이사 2인 추가 선임 건 등이다. 추가 선임 요청 이사 2인은 각각 신동국 회장(기타비상무이사)과 임주현 부회장(사내이사)이다. 3자 연합 측은 임시주총에서 이사진 2명을 추가해 6대5로 이사진 구성을 뒤집겠다는 목표다.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표 대결 양상으로 번졌지만, 현행 10명에서 11명으로 정원을 늘리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이므로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 3분의 2 동의가 필요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반대로 보통결의 안건인 이사 추가 선임은 출석 주주 주식 수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고, 동시에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주주가 찬성하면 통과할 수 있으므로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현재 5대4로 임종윤·종훈 형제 측에 유리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은 5대5 동률을 이루게 돼 이사회 의사결정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인 한미약품 이사회를 3자 연합이 장악한 상태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까지 동률을 이루게 되면 그룹 내 경영권은 사실상 3자 연합 측에 무게중심이 쏠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 측은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주총에서 논의할 주요 안건으로 박재현 사내이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전무)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과 신규 이사로 박준석, 장영길의 선임을 제안했다. 박준석·장영길 두 사람은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한미사이언스는 공문에서 "박재현 대표이사는 수장으로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은 버려둔 채로 당사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대외적으로 내부 직원들에 대해 형사 책임을 운운하면서 조직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신약과 개량신약의 R&D 분야를 모두 선도하였던 한미그룹 명성이 예전 같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시장의 평가까지 더해지고 있는 지금 당사(한미사이언스)는 귀사(한미약품)의 최대주주로서 더 이상 현 경영 상태를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최근 신동국 이사가 한미약품의 핵심역량인 R&D에 대해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하자 박재현 대표가 '추가 R&D 투자는 필요없다'고 화답하는 등 한미의 DNA이자 회사의 미래가치를 담보할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구성원은 물론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논의를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다"며 "R&D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 없는 대주주가 이런 발상을 하고, 또 마치 충성을 다짐하듯 대표이사가 이에 동조하고 있어 매우 참담한 마음이다. 이들은 당장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며 이사회에서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미약품 측은 즉각 반박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과 관련해 "임시주총 소집은 일정 자격을 갖춘 누구라도 요구할 수 있는 주주 권리"라며 "주주들께서 합당한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이사회를 통해 임시주총 관련 논의를 진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약품 측은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배포된 한미사이언스 공식 보도자료에 담긴 신동국 이사와 박재현 대표이사 간 R&D 비용 관련 대화는 완전히 허구로 각색된 내용이라면서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에서 당사의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모욕하는 등 비상식적인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임시주총은 한미약품 이사회가 결정하게 되는데, 3인 연합 측이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한 상태이므로 임시주총 소집 여부는 3인 연합 측 의사에 달려있다. 만약 한미약품 이사회가 임시주총을 소집하지 않을 시 형제 측은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한미약품 독립경영 선언'과 이에 따른 박 대표 전무 강등 조치 등으로 전면화된 2차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주사와 계열사를 장악한 분쟁 당사자가 각각 서로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표 싸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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