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려아연 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심사

[DB 고려아연, koreazinc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정부가 고려아연이 보유한 첨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정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는 오는 4일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판정 결과는 심사 당일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만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외국 자본으로의 기술 매각이나 유출에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산업부에 해당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을 요청했다. 이 기술은 리튬이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니켈 함량 80% 이상의 양극재 전구체 설계 및 제조, 공정 기술로, 전지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전구체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기술이 대량 생산에 성공할 경우 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이 기술이 전체 공정 시간을 단축하고, 공정 비용을 절감하며 생산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우수성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전구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 유출 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외국 기업에 매각 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기술 이전 및 해외 재매각에도 제한이 생긴다.

이번 판정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고려아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현재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 간의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고려아연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강조했으나, 일각에서는 이 펀드에 일부 중국 자본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이후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추진하려 해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기술 유출이나 재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 계획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중국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고려아연 측은 핵심기술의 매각이나 공유 등의 방식으로도 기술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