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컬리, 이번엔 패션이다···차세대 성장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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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이번엔 패션이다···차세대 성장 엔진

등록 2026.03.19 15:43

조효정

  기자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 영업이익 131억 원 '롱런' 발판한섬 출신 전문가 수혈하며 '프리미엄 큐레이션' 역량 집중샛별배송 인프라와 패션의 결합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출발한 컬리가 패션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 전략의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패션을 고마진 카테고리로 키워 수익성과 외형 확장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367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가장 고무적인 지표는 수익성이다. 183억원의 적자를 냈던 전년과 달리, 작년에는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거래액 역시 3조5340억원으로 13.5% 가량 몸집을 불렸다.

이러한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 공신은 비식품 카테고리의 약진이다. 2023년 하반기 본격 가동된 패션 부문은 작년 상반기에만 매출이 140% 폭등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식품 구매를 위해 유입된 충성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의류 쇼핑으로 이어지며 1인당 평균 결제액(객단가)이 약 11만4000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는 주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패션 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컬리는 최근 한섬에서 12년간 근무한 최항석 전 EQL 팀장을 패션 총괄로 영입하고 전담 조직인 '패션잡화 그룹'을 신설했다. 타임 옴므, 제냐 등 프리미엄 브랜드 MD 경험을 보유한 인사를 전면에 배치해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컬리는 30~40대 직장 여성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출근복과 원마일웨어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가격 경쟁 중심의 플랫폼과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브랜드를 선별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 컬리 패션위크 행사에서는 최대 88% 할인과 함께 신규 브랜드 입점, 단독 상품 확대 등을 병행하며 고객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배송 경쟁력은 패션 사업의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컬리는 '샛별배송'을 패션 카테고리까지 확대해 전날 밤 주문한 의류를 다음 날 아침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자정 샛별배송'을 도입해 밤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주문 시 당일 자정 전 배송, 이후 주문 건은 다음 날 오전까지 배송하는 '일 2회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온라인 의류 구매의 핵심 변수인 배송 속도와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 '셀프 교환 시스템'까지 도입하며 온라인 의류 쇼핑의 고질적인 불편함인 교환·반품 장벽을 대폭 낮췄다.

뷰티와의 시너지도 강화되고 있다. 뷰티컬리는 현재 1000여 개 브랜드를 확보하며 거래액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컬리는 상반기 내 뷰티 PB 출시도 예고한 상태로, 향후 패션과 뷰티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구조 변화도 병행된다. 컬리는 직매입 중심에서 벗어나 3P(판매자 배송)와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 거래액은 1년 만에 54.9% 증가했고, 수수료 매출도 두 배 이상 늘었다. 패션 카테고리 확대와 맞물려 상품 다양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용자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유료 멤버십 가입자는 140만 명을 넘어섰다. 재결제율은 70%를 상회하며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협업한 '컬리N마트' 거래액은 출시 초기 대비 7배 이상 증가하며 신규 고객 유입을 견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컬리의 IPO 재추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컬리는 2022년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2023년 상장을 연기했다. 현재 재무적 투자자 비중이 높은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투자금 회수를 위한 상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무신사, 에이블리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한 패션 공룡들과의 정면대결에서 컬리만의 정체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에서 쌓은 '신뢰'라는 자산을 비식품으로 얼마나 완벽하게 이식하느냐에 컬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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