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반기업 정서'도 산업발전 저해 요인무조건 규제하라는 인식이 입법·행정에 투영 중소기업으로 남는 '피터팬 증후군'도 부추겨
재계에 따르면 정부 부처와 주요 경제단체 등은 각계각층과 다방면으로 소통하며 기업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 전반에 확산된 부정적 인식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학계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지난해 '규제혁신 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경영·행정학과 교수 사이에서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 감지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200명 중 49.5%는 우리나라의 기업규제 수준이 미국·중국·일본보다 높다고 답했다. 동시에 이들은 정부가 규제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를 '기득권 세력의 규제혁신 반대 여론'(42.5%) 탓으로 돌렸다. 규제 개선을 기업 특혜로 오인하며 이를 막아서는 게 주된 요인이라는 게 상당수의 시선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경총의 2021년 조사(기업 109곳 대상)에서 10곳 중 9곳은 '반기업 정서'를 체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76.5%는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짚으며 ▲일률적 규제강화에 따른 경영 부담 가중 ▲기업·기업인에 대한 엄격한 법적제재 ▲협력적 노사관계 저해 ▲사업 의사결정 위축 등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결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규제 강화와 경영활동 위축, 성장 지연의 악순환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기업 사이에선 규제받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움직이려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다. 덩치를 키울수록 지원 혜택은 사라지고 부담은 늘어나다 보니 이전 수준에 머무르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통상 중소기업의 문제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중견기업도 똑같은 사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면 세제 등 그간 여러 영역에서 받아온 160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반면 챙겨야 하는 규제는 많게는 100배 가까이 늘어난다. 공공 구매 시장 참여가 제한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다 보니 새출발한 중견기업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자의반 타의반'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2020년 사이에도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사례는 271건이나 됐다고 한다.
넓게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 위기에 놓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오너일가가 책임지는 자리를 기피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기업 사주가 핵심 프로세스에서 배제되는 것은 효율성이나 책임 경영 차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선 중대재해법을 수정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마찬가지로 반기업 정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대기업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기업을 추리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SK하이닉스, 네이버 등과 같은 대기업이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기업의 혜택이 커지는 것은 반대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없애고 규제를 완화해야만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김진국 연세대 경제대학원 객원교수는 뉴스웨이 창간 12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업의 경제력이 너무 커지면 규제를 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혁신하려 하기보다 적당히 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부도 규제라는 미명 아래 기업의 집중력을 막고자 할 때 과연 무엇을 위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