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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가뜩이나 어려운데"···환율 급등에 은행권 외화환산손익 적자 우려

금융 은행

"가뜩이나 어려운데"···환율 급등에 은행권 외화환산손익 적자 우려

등록 2024.12.23 15:05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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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선 위협···내년 경영계획 '비상'외환거래손실 규모 커지고 외화 RWA 증가 불가피은행권, 시장 모니터링 강화 및 상품별 대응체계 가동

"가뜩이나 어려운데"···환율 급등에 은행권 외화환산손익 적자 우려 기사의 사진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하면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커지고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자본비율 하락도 불가피해서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비상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지만 뾰족한 방책은 없는 상황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19일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조절을 예고하면서 재차 1450원대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약화되면서 하락 출발했으나 장중 1451원을 넘어섰다. 달러 강세 압력은 다소 약해졌으나 위안화가 원화 가치를 함께 끌어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 안팎에선 원·달러 환율이 내년 1500원 선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자본비율과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에만 원·달러 환율이 130원가량 급등하면서 은행권은 약 1000~1200억원가량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두 번이나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내년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대손비용 감소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익증가 여력은 제한적이란 평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은행의 자본비율과 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은 10원 상승 시 약 80~90억원 내외의 외화환산손이 발생할 수 있고, 외화 RWA 증가로 CET1 비율도 은행 평균 약 25~30bp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가증권 매각 등 은행들의 RWA 관리 방안 등으로 CET1 비율이 13%를 소폭 상회하고 있는 하나금융과 신한지주는 연말 비율을 어떻게든 13%로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외환관련 손익을 흑자로 맞췄던 시중은행들은 올해 상당한 외환거래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외환관련 부문에서 모두 흑자를 냈다. 하나은행이 325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1283억원), 우리은행(952억원), 신한은행(888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1~6월 말) 4대은행의 외환거래손익은 이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신한은행(1287억원)과 하나은행(1474억원)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국민은행(-683억원)과 우리은행(-5942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외환거래 적자만 6000억원에 육박한 우리은행은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비상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300원대 환율을 기반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준비했던 금융지주들은 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관련 손실은 영업력과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장부상 숫자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환율이 예상보다 급등하고 시장환경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다 보니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 상승은 보통주자본비율, RWA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대출 고객들도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재무 지표들이 아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한 환율 범위를 1300원~1450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환율 상단을 1400원 후반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상황 변동에 따른 고객자산 보호를 위해 시장동향 및 대응 전략에 대한 대고객 안내(LMS 발송 등)를 강화하고 있다"며 "매일 단위 위기관리협의체 운영을 통해 외화 자금조달 현황, 외환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상품별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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