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속도 유연하게"···금융·외환시장 안정 총력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발표

금융안정 리스크 고려해 금리 결정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 적기 시행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한국은행은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기준금리 인하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25일 밝혔다.

한은은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발표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겠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 증대, 주력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건전성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인하의 영향 등을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향후 금리인하 속도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양상과 그에 따른 물가와 성장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리고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은은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점검 및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 시장 불안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필요시 추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시행중인 시장안정화 조치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은은 공동검사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유동성·신용 리스크, 가계·기업 부채 리스크, 부동산PF 부실 등을 다각도로 분석할 계획이다.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을 통해 정책당국과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금융안정 등 필요한 부문에 대한 정책공조를 지속할 방침이다.

국내 외환부문의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서는 안정화 조치도 추가 시행한다. 필요시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정부와 함께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한다.

이와 더불어 대외충격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금융안정망 강화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만기도래 통화스왑 연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 금융기관(RFI)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 안착 노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한은은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경제 리스크 분석을 강화하고 정책적 대응 노력도 이어간다. 기후리스크 모형 고도화를 통해 분석의 정도를 제고하고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외화자산 운용시 그린본드 매입,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배제 등 ESG 요소를 자산운용 프로세스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안정 역할 강화를 위한 한국은행 대출제도 개선도 이어간다. 먼저 금융기관 보유 대출채권을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IT 시스템 개발, 관련 규정 마련 등을 추진한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도 필요시 적시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

금융중개지원대출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을 감안해 취약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유지하면서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중장기 개선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경제주체들이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대내외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다. 금통위원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고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금리전망의 개선도 추진한다.

경제전망의 정도를 제고하고 경제주체들에 대한 설명도 강화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된 점을 고려해 선행지표 개발, 미시데이터 확충 등을 통해 경제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한다.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로의 지표금리 전환을 본격 추진해 단기금융시장에서의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제고할 방침이다.

한은은 대내외 정책여건 및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한 연구‧분석도 강화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 및 통화정책 파급경로 영향 등을 분석하고 정책효과 제고 방안을 연구하고, 저출생·고령화, AI·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은은 지급결제서비스의 효율성과 국가간 상호운영성을 제고하기 위한 인프라 개선 노력도 지속한다. 한은금융망에 국제금융전문표준(ISO 20022) 도입을 추진하고, G20 국가간 지급 서비스 개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부, 국내 금융권 등과 제도 개선을 진행한다.

한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기반 마련 및 대내외 협력도 강화한다. 먼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참가은행 등과 함께 기관용 CBDC와 예금 토큰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한다. BIS 및 주요국과 공동으로 아고라 프로젝트 등 토큰화 기술을 활용한 국가간 지급서비스 개선 연구에도 나선다.

끝으로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목적과 다양한 고려 요인의 관계,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방침 등을 명시한 '통화신용정책 운영의 일반원칙'을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한다. 지난 18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개선사항 점검' 결과도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