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암제 '렉라자' FDA 승인국산 37·38호 신약 연달아 탄생기술수출 건수 5건···금액 규모 유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렉라자'(미국 상품명 라즈클루즈)는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 렉라자는 2015년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따라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미국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제다. 이듬해 임상에 진입한 후 2018년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약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렉라자는 올해 3분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유한양행은 상업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약 800억원을 수령한다. 추후 10~15% 수준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올해 렉라자 이외에 미국 시장에 출시된 국산 신약은 셀트리온의 '짐펜트라', 녹십자의 '알리글로' 등이 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도 세번째 도전 끝에 FDA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승인된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올해 7월 첫 출하 이후 8월부터 본격적으로 환자투여를 시작했다. 국내 혈액제제로는 최초로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치료를 위한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GC녹십자는 미국 내 자회사인 'GC Biopharma USA'를 통해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9월 미국 주요 보험사인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의 처방집에 등재됐다.
또 미국 내 혈액원 인수를 통해 알리글로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하며,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3억달러(한화 약 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의 짐펜트라(미국 제품명 램시마SC)도 올해 3월 미국에 출시됐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기존의 정맥주사(IV) 제형인 오리지널 약품 '램시마'를 SC 제형으로 변경해 투약 편의성을 높였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성인 활성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으며, 지난해 10월 FDA 신약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주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들과 협상해 출시 7개월 만에 미국 3대 PBM이 운영하는 6개 공·사보험사와 계약을 모두 확보했다. 또 짐펜트라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을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 미국 시장 출시를 통해 세계 최대의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내년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올해 짐펜트라 목표매출인 2500억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휴젤은 올해 2월 FDA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미국 제품명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7월 미국 첫 수출 물량을 선적하며 판매를 본격화했다.
보툴렉스는 주로 미용 성형 시술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보툴렉스는 대웅제약 '주보'(미국 제품명 나보타)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에 진출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이다. 보툴렉스 허가로 휴젤은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3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모두 진출한 국내 최초 기업이자 전 세계 세번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으로,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휴젤은 미국 파트너사인 베네브를 통해 영업·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판매·유통의 권리를 파트너사에 모두 위임하는 구조가 아닌 공동 진출 방식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휴젤은 내년부터 판매를 본격화해 미국에서 3년 내에 약 10%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올해는 국산 신약도 2년의 침묵을 깨고 2개나 나오며 R&D 성과를 입증했다. 지난 2022년 대웅제약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이후 지난해 국산 신약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으나, 올해 상반기 국산신약 37호에 이어 하반기 38호가 등장했다.
국산신약 37호는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받았다. 자큐보정은 '3세대 위장약'으로 불리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에 속한다.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계약을 맺고 지난 10월 시장에 출시했다.
제일약품은 자큐보의 3년간 목표 매출을 1897억원으로 설정했다. 출시 첫 달인 10월 한 달간 원외처방액은 5억3586만원을 기록해 시장에 무난히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산신약 38호는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진통제 '어나프라주'다. 지난 13일 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어나프라주는 세계 최초의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로 기존 마약성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술 후 중등도 및 중증 급성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단기요법으로 사용된다.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주의 국내 허가를 기반으로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또 경구제, 외용제, 패치형 등 다양한 제형 개발을 통해 적응증 확대와 환자 편의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비보존제약 측은 어나프라주 1차 매출 목표로 1000억원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어나프라주가 국산 신약 타이틀이지만 이전의 국산 신약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며 "이전 국산 신약이 계열 내 최고신약이나 유사신약인 모방 신약이라면 어나프라주는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은 혁신신약 1호"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R&D 부문 약진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제약시장 및 임상시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연구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모두 3233개로, 미국(1만1200개)과 중국(6098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파이프라인의 14.2%를 차지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2917개로 4위를 차지했는데, 파이프라인 건수로 따지면 1년 사이 약 11% 늘며 순위도 한 단계 상승했다.
기술수출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으나 단일 계약 금액 평균은 상승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기술수출 실적을 보면 지난달까지 15개의 기술수출이 있었고, 계약규모를 밝히지 않은 비공개 건을 제외하면 총계약규모는 55억5450만달러로 약 8조620억원을 기록했다. 기술수출 총계약규모는 지난해(8조6467억원)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기술수출 건수가 5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8조를 넘겨 계약규모가 건별로 커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단일 계약 금액 평균 상승은 기술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의 활발한 기술이전 활동과 플랫폼 기술 수출이 성장 버팀목이 됐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외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출에서 성과를 내며 업계에서는 더 큰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업계 투자 상황이 쉽지 않지만, 글로벌 빅파마는 특허절벽이 다가오며 중국과 한국 등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전략을 잘 세우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