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 가상자산 현물 ETF 총 자산 규모 1054억달러 돌파비트코인·이더리움 이은 '리플'···세 번째 현물 ETF 출시 예고韓상황 美와 달라···자본시장법 개정·가격산정 기준 마련 우선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2025년 경제 1분야 주요 현안 해법 회의'에서 올해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가상자산 보호법에 이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등 산업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 2단계법을 통해 금융지주의 핀테크 소유 및 출자와 관련한 제한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올해의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해서는 시스템 안정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완비한 다음 허용하겠다는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올해 초 자본시장 유관기관 수장들의 신년사에 잇따라 언급되며 기대감을 모아온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이 지연될 조짐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일 증시 개장식에서 "가상자산 ETF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가상자산 ETF 등 디지털 자산시장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가상자산 ETF 신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미래 먹거리로 가상자산 ETF와 토큰증권(STO) 법제화를 꼽으며 자본시장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이 가상자산 ETF에 주목한 이유는 가상자산 현물 ETF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미국 자본시장에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총 12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순자산 규모는 도입 약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말 1054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금 ETF의 총자산 규모에 근접한 규모다. 지난해 비트코인 반감기와 더불어 친 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가 재선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으로 막대한 투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리플 현물 ETF의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미국 자본시장에서 리플 XRP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은 디지털자산 현물 ETF 3호가 될 것"이라며 리플 현물 ETF 출시를 예고했다.
가상자산 ETF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미국도 가상자산 ETF 도입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에 대해 비트코인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비트코인 현물시장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보류됐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법원이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불승인 철회를 명령하면서 지난해 1월 4일부터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허용됐다.
한편 국내 시장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하는 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유안 KB증권 ETF 연구원은 "아직 국내 상황은 미국과 다르다"며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범위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포함되지 않아 금융 투자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달리 신뢰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가격 산정 메커니즘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이달 중순 2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허용 논의 등의 안건이 다뤄지는 만큼 가상자산 ETF 사업 진행을 위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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