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 줄고 RWA는 늘고···정치권은 "가산금리 내려라" 이재명 대표, 은행장 불러 '상생금융 방안' 논의 전망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기존 0.3%로 동결했다. 당초 내수 진작을 위한 3연속 금리인하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금리경로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인하와 낮은 대출성장률 탓에 은행권의 이자이익 성장속도는 급격히 둔화된 상태다. 올해 역시 은행별 연간 NIM은 최소 5~10bp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잔액기준)는 지난 2022년 말 2.55%에서 지난해 11월 2.24%로 하락했다. 2023년 말 5.21%까지 치솟았던 총 대출금리(잔액 기준)도 4.77%로 급전직하했다.
특히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인 코픽스도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37%였지만 12월엔 3.35%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잔액 기준 코픽스도 3.58%에서 3.47%로 떨어졌다.
이에 은행을 거느린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LS증권은 국내 9개 금융지주 합산순이익이 컨센서스(3조2000억원)를 밑도는 3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후반에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 1480원을 돌파하며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엔 1450원대로 떨어지며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강달러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외화 유동성이 악화된다. 외화 위험자산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로 이어져 BIS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하방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와 금융당국은 가산금리에 인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기대 요구가 높지만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인하시기가 지연됐다"며 "종전 2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오는 20일 6대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 기업은행)을 만난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리는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민생 회복을 위한 취약계층 금융지원과 가산금리 인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모양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는 이유로 시중 금융권이 오히려 대출 금리를 올리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이) 점검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은 이미 가산금리 인하를 본격화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5~0.3%포인트(p) 내렸고, SC제일은행도 부동산담보대출 상품(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p 인상했다. 우대금리를 높이면 실질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권에 대한 가산금리 인하 압박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을 크게 못 늘렸던 만큼, 올해는 대출자산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기조 강화로 은행들은 과거와 달리 금리인상 경쟁을 펼쳤고, 그 결과 대출 영업동력이 떨어졌다"며 "가산금리 인하 압박은 오히려 현재 고민하고 있는 은행들의 결단을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도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분간 시장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은행들은 내수 회복을 희망하는 정부 및 정치권과 정책 기조를 맞춰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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