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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美, 멕시코 25% 부과···현대차·기아 불똥

산업 자동차 관세전쟁 재점화

美, 멕시코 25% 부과···현대차·기아 불똥

등록 2025.02.03 12:42

수정 2025.02.03 13:48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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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대미 수출 전초기지 '몬테레이 공장' 직격탄공급망 조정·판매단가 인상, 현지 생산 '대응' 고심韓 국정 공백 속 커지는 우려···"기업 각자도생 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 폭탄을 날리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도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픽=홍연택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 폭탄을 날리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도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 폭탄을 날리면서 총성 없는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던 만큼 국내 자동차업계도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직격탄'···'1조원' 영업손실 추산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날아든 미국 관세 폭탄에 국내 자동차업계가 날벼락을 맞았다.

미국은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자 상대국들도 지체 없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해 3국간 무역에 대한 관세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대미 수출의 전초기지였던 캐나다·멕시코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 완성차업계는 당장 사업 계획 차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특히 멕시코에서 중간재는 물론 완성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본격적인 영향권에 진입하게 됐다. 현지 진출한 기아를 비롯해 부품사 피해가 예상된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 공장을 두고 있다. 연간 4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몬테레이 공장은 지난해 약 25만대를 생산했다. 이중 K4 12만8000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K4는 기아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략 차종이다. 올해에는 EV3도 수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기아가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시장으로 수출 물량을 유지하며 징벌적 관세 25%를 모두 비용 처리하면 연간 8000억원~1조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 입장에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게 불 보듯 뻔해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자동차 공급망은 엮여 있어 차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8번까지도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규모 관세가 불가피하다"며 "신차 가격이 약 3000달러 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몬테레이 공장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대차·기아 북미 생산 공장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현대위아 등에도 비용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유럽의 기업 수천곳이 북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최근 몇 년 새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보도하면서 피해를 볼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을 꼽았다.

3일 현대차·기아의 주가는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20만1500원과 9만640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아 주가는 5.49% 급락했다.

백악관이 현대차 언급한 이유···캐나다 수출·현지 생산 '투트랙'


현대차그룹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공급망 조정 및 판매단가 인상,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대응을 고심 중이다.

그나마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이 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더 많아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게 위안거리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문제로 한정했을 때, 글로벌 완성차 판매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가 받는 타격이 가장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 IR·전략투자담당인 정성국 전무는 지난달 24일 2024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만약 아무런 조건 없이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캐나다로 더 선적한다든지 (멕시코 물량의)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면서 "만약 시행된다면 SCM(공급망관리)을 효율적으로 바꿔 부담을 낮추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출물량 일부를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물량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캐나다로 수출하는 동시에 미국 공장 생산량을 늘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는 앨라배마(현대차), 조지아(기아)에 이어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난해 10월 시범 가동하기 시작했다. 연간 30만~35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한 HMGMA가 올해 1분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량은 1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HMGMA에서는 아이오닉5에 이어 아이오닉9을 생산하며 올해 하이브리드차도 양산할 예정이다. 기아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EV9 외에 EV6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부사장은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생산을 현지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관세 영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현대차그룹 미국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특히 백악관이 강력한 관세 정책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투자에 앞장선 '현대차'를 지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백악관은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필수적인 해결책"이라며 "현대차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인 관세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밝히면서 조지아주에 새로 건설된 13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홍보했다"고 언급했다.

잠재적 관세 위협···국정 공백 속 커지는 우려


일찌감치 미국 생산망을 확보한 현대차·기아는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더라도 이번 조치에 국내 완성차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을 겨냥한 관세 폭격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언제든 잠재적 관세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발 대미 수출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현시점에서 국내 완성차업계가 '플랜B'를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탄핵 정국까지 겹친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국내 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당장 중국 관세 규제는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아 향후 플랜B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현재 탄핵 정국 속 국정 공백 상태에서 이런 사태를 한국 정부가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플랜B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마땅치 않을뿐더러 기업의 각자도생에는 한계가 있다. 해결 과제는 많은데 답은 마땅치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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