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대상·세포 채취 의료기관 범위 확대데이터 확보, 개발 속도 향상 등 기대첨생법 적용 기업 자금 확보·사업 재정비 나서
줄기세포 1세대 기업인 차바이오텍은 R&D 강화를 위해 자금조달을 시작했고, 이엔셀은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를 위해 사전 마케팅에 나서는 등 2주(14일) 남은 시점에서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 기업들은 기대감에 분주한 모습이다. 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사활을 걸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첨생법은 규제로 막혀 있던 희귀‧난치 질환자에 한해 첨단재생의료 연구 목적으로 허용하며 지난 2020년 8월 28일 시행됐다. 첨단재생의료에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융복합치료 등이 해당된다.
다만 적용 범위가 한정돼 법안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안 시행 이후 연간 최대 2만여명의 중증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이 일본 등 재생의료 허용 국가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해결책을 담은 개정안이 법안 시행 4년 만인 지난해 2월 1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와 재생 의료 기업들의 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제한됐던 임상 연구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고, 임상 단계의 세포·유전자‧조직공학 치료제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희귀·난치 질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도 비급여 처방을 받을 수 있고, 치료제도 정식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안전성만 확보되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환자의 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의료기관 범위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시설을 갖춘 대형 병원에서만 환자의 세포를 채취‧검사했는데, 유사한 수준의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도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를 취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가 확대되고 치료제 처방을 통한 수익 확보의 길이 열리면서 국내 CGT 기업들의 성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개발 속도나 질을 향상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도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까다로운 개발 과정과 규제 등의 이유로 국내 기업들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4개뿐으로, 10년 넘게 새로운 치료제 허가가 없었다.
CGT는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는 2021~2026년 글로벌 CGT 시장이 연평균 4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고, 프레시던스리서치는 2034년까지 연평균 18.6% 성장해 1174억6000만 달러(약 166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CGT 기업들은 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자금을 확충하며 대비에 나섰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CGB'(세포 유전자 바이오뱅크) 구축 ▲세포치료제 R&D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차바이오텍은 CGT 개발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CGB를 설립하고 있다. CGB는 올 연말 완공이 목표로, 해당 시설 투자에 200억원을 쓸 방침이다.
R&D 부문도 강화한다. 회사는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890억원, 인건비에 11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마티카 바이오 CGT CDMO 사업, 미국 할리우드 차병원 병원 내진·설계 신축 및 차헬스케어 기업가치 제고 등에 총 1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활용한다. 구체적으로 차헬스케어에 900억원을, 마티카홀딩스에 2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55% 줄였다. 회사는 개정안 시행 이후 국내외에서 재생의료 임상연구에 속도를 내 중장기적 매출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항암면역세포치료제 등 연구개발에 70억원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억 증가한 수치다. 또 에이엘바이오텍을 인수합병하며 항암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NK세포 기반 치료제 'VCB-1102'를 진행성 췌장암을 대상으로 하는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가 정부 승인을 받아 적응증 확대 길을 열었다. 해당 임상은 화순전남대병원이 주도한다. 화순전남대병원이 박셀바이오의 'VCB-1102' 치료제로 진행하는 첨단재생의료 연구는 소세포폐암 임상연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CGT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CDMO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체됐던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들의 펀딩과 R&D가 재개되면 CDMO 시장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이엔셀은 지난해 8월 코스닥 입성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인재 영입을 지속하고 있다. 또 국내외 학술대회 및 투자 컨퍼런스에 잇달아 참가해 CDMO 경쟁력을 알리는 한편, 의료기관 방문 세미나를 통해 첨단바이오의약품 임상 노하우를 공유하며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엔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포와 바이러스를 동시에 생산이 가능한 글로벌 수준의 GMP 시설을 갖추고 있다. 회사는 노바티스, 얀센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희귀질환 대상 신약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엔셀은 지난해 12월 샤르코 마리 투스병 1A형 환자를 대상으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EN001' 임상 1b상 고용량군 환자 대상 투여를 개시했고, 듀센 근디스트로피(DMD) 적응증으로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첨생법 개정안 시행으로 CDMO 사업 확대 기회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본다"며 "또 EN001과 같이 대체 치료제가 없고 희귀질환 치료 목적인 파이프라인들이 상업화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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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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