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토스 대표 "스타트업 1조 투자···고객 절반 외국인으로 채운다"(종합)

'일상앱' 도약 위해 혁신 생태계 구축···툴 무료 개방

'페이스페이' 출시 예정···5년 내 글로벌 시장 진출

연간 흑자 자신감···IPO·당국 봐주기 논란엔 말 아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 성수에서 진행된 토스 앱 출시 10주년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가 토스 앱 출시 10주년을 맞아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내놨다. 고객의 절반을 외국인으로 채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5년간 스타트업에 1조원을 투자해 '혁신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열린 토스 앱 출시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와 함께하는 파트너사들과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연결해 금융의 슈퍼앱을 일상의 슈퍼 앱으로 진화시키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토스는 금융앱에서 '일상앱'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스템 성장의 노하우와 제품들을 모두 외부에 공개해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외부 앱에 토스의 서비스와 기술을 녹여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토스는 자체 개발한 혁신기술과 툴, 인프라, 트래픽 등을 연내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자체 앱 없이도 메신저 플랫폼인 위챗을 통해 서비스를 확산시켰다"며 "스타트업의 혁신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더 많이 쓰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나 서비스들이 토스를 통해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더 많은 혁신들이 소비자들에게 확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으로 100년간 노력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토스 앱 출시 10주년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스퀘어가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 성수에 마련돼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특히 토스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스타트업에 1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투자 뿐만 아니라 토스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대출, 마케팅 지원, 소프트웨어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토스의 기술 개방이 스타트업의 자생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마케팅비를 너무 많이 쓰거나 성장에 너무 많은 비용을 쓸 때 스타트업의 자생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토스가 지원한다고 해서 자체 채널을 못 만드는 게 아니고, 더 저렴하게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토스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페이스페이'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페이는 사용자가 얼굴 인식을 통해 빠르게 결제하고 관련 포인트 적립까지 자동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GS25, 세븐일레븐, CU와 같은 편의점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페이스페이 인증 결제를 지원할 것"이라며 "보안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선보상한 뒤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심보상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직접 고용된 화이트해커 20여 명이 토스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찾기 위해서 매일매일 해킹하고 있다"며 "금융보안원에서 개최한 금융 보안위협 대회에서 4년 연속으로 1등을 차지할 만큼 정보보호에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결제 서비스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가맹점주들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며 "가맹점 수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점주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사용자의 편의성이 개선되는 구체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 성수에서 진행된 토스 앱 출시 10주년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토스는 고객들의 높은 서비스 충성도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이미 슈퍼앱 플랫폼을 국내 인구의 30%가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향후 5년 이내에 토스앱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울 계획"이라며 "지금은 토스가 한국 소비자들만 사용하는 서비스이지만 5년 뒤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향후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IPO 관련 질문에 "글로벌 기업이 된다고 했을 때 첫 번째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단계에서는 결정된 것들이 너무 없어서 다음에 자리를 만들어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최근 불거진 금융감독원의 '봐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코멘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토스는 피감기관이고 제재는 감독당국이 판단하기 때문에 결정사항에 대해 잘 따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향후 이익 성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연간 흑자를 기대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기록적인 이익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주요 캐시카우를 구분하기 어려운 건 이미 모든 사업이 높은 이익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간 흑자는 플랫폼 고정비, 유저 유입 비용 등을 넘어서 향후 나타나는 매출이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의미"라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많은 사용자가 토스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앞으로 100년을 위한 도전을 새롭게 세운 만큼 떨리기도 하고 잘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도 든다"며 "지난 10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