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4곳 경평 '취약' 평가···적기시정조치 가능성↑매각 추진 PF 사업장 369개···1월 대비 174개 늘어 서울 사업장은 8개뿐···상위 저축은행도 '진퇴양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르면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정례회의를 안국·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는 지난 2018년 1월 이후 6년여만이다. 다만 경영개선권고는 적기시정조치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로, 과거엔 영업정지 또는 인수·합병(M&A)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경영개선명령'이었다.
금융당국은 재무건전성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라온저축은행과 안국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각각 10.9%, 13.2%다. 이는 규제비율인 7%를 큰 폭으로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올해 초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4곳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태평가(지난해 6월 말 기준)의 최종평가등급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들 저축은행 대부분은 취약등급인 4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 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경영실태평가를 바탕으로 경영개선계획서를 받아본 뒤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저축은행업권의 추가적인 적기시행조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아서다. 저축은행중앙회 정보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저축은행업권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PF 사업장은 369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대비 174개나 늘어난 규모다.
저축은행업권의 매각 추진 PF 사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도권이 63개, 지방이 65개로 지방 사업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사업장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사업장은 63개 중 8개에 불과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PF 대출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소규모,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지방의 중소건설사 참여 사업장 비중이 높아 타업권 대비 부실 위험은 더 높다.
금융당국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PF 사업장 정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백기를 든 상태다. 서울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말 PF 2차 사업성 평가결과 브리핑에서 "부실 PF 정리는 신디케이트론, 업권 펀드 등 다양한 수요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사업장부터 시작해 온기가 점차적으로 확산돼야 하고, 무리하게 지방 부동산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가는 것이 맞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실 PF 정리속도가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상위 저축은행들도 '적기시정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저축은행업권이 매각을 추진하는 369개 사업장 가운데 한국저축은행 21곳, 웰컴저축은행은 16곳, OK저축은행은 13곳을 맡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3곳의 비중은 전체 매각 추진 사업장의 13.5%에 달한다.
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큰 폭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5%에서 2022년 3.4%로 높아졌고 지난해(6월 기준)엔 6.6%까지 치솟았다. 특히 79곳의 전체 저축은행 가운데 고정이하여신비율 10%를 초과한 저축은행은 63곳에 달했고 절반이 넘는 41곳은 영업 적자를 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던 부실 저축은행들이 경영개선 방안을 찾지 못해 사라진 바 있다.
최희재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PF 부실 여파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재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일부 저축은행의 BIS비율이 위험수준에 도달하며 업권 전반의 건전성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PF 부실 정리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져 대손비용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부진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부실 사업장 매각률 하락과 비교적 우량한 사업장의 만기연장 등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본PF 전환 지연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비아파트 대출 및 투기·무등급 시공사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도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건전성 관리 강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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