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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권 이자이익 성장률 '0.2%'에 담긴 함의

금융 은행

은행권 이자이익 성장률 '0.2%'에 담긴 함의

등록 2025.03.14 13:4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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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불렸지만 충당금 기저효과 덕···이자이익은 '제자리'올해 기준금리 추가인하 예고···은행 수익 구조적 한계 직면신탁·WM 사업 팔 걷은 은행권···"규제개선이 우선" 지적도

은행권 이자이익 성장률 '0.2%'에 담긴 함의 기사의 사진

지난해 은행권의 이자이익 성장률이 0.2%에 그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유력한 만큼 올해는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이자이익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은행권은 비중이 낮았던 WM·신탁사업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2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수익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은행권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실적 개선은 충당금 기저효과 덕인데다 핵심 먹거리인 이자이익은 거의 늘지 않아서다.

지난해 은행권의 대손비용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3조1000억원)나 급감했다. 지난 2023년 대손충당금 산정방식 개선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대거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다.

반면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0.2%(1000억원) 증가한 59조3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이자이익 증가율은 매년 가파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022년 21.6%에 달했던 이자이익 증가율은 2023년 5.8%, 지난해엔 0.2%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도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1.62%였던 NIM은 2023년 1.65%, 지난해엔 1.57%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1.5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성장하지 못한 건 기준금리 인하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p)씩 기준금리를 내렸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가 1%대로 낮아지면서 한국은행은 추가적인 기준금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은행권의 '실적 파티'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저성장, 가계대출 규제 등을 고려할 때 대출 위주의 수익전략은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현재 은행의 전체 이익에서 90% 이상은 이자이익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 신탁관련이익, 유가증권관련이익, 외환·파생관련이익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대부분 수수료이익으로 비이자이익을 채우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수수료이익은 5조원으로, 총이익의 8.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수료이익도 이자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확대와 수수료 대폭 인하(2011년) 중소·서민 계층에 대한 정책지원 등이 주요 배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환경이 조성되면서 대고객 수수료이익은 앞으로도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은행권은 그간 비중을 늘리지 못했던 신탁사업과 WM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적극적인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신탁 기반의 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PGA 투어 상금의 3%를 연금 재원으로 쌓고 이 가운데 3분의 2는 컷통과 연금, 나머지는 포인트 연금으로 사용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 연금제도는 선수의 투어성적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 적립된다.

그간 하나은행은 다양한 신탁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2010년 4월 금융권 최초 유언대용신탁인 '하나 리빙 트러스트'를 비롯해 치매안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에 이어 지난해 11월엔 은행권 최초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달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과 신탁 활용 유산기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내놨다. 기부자는 생전에 부동산·금전 등 신탁재산을 안정적으로 생활자금에 활용하고, 사후에는 월드비전에 잔여재산을 기부해 자산 관리와 기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WM시스템을 구축했다. 은퇴 준비 및 재무 상담 등 다양한 재무 목표에 맞춘 WM맞춤설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상품 모델 추천, 개별화된 투자 포트폴리오 보고서 제공 등 신속하고 정확한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신탁사업과 WM사업이 활성화되려면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산업 특성상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경영성과가 달라지는 만큼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 WM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전규제 등으로 인해 수익구조가 단순하고 수익 기반이 취약하며, 단기성과중심의 경영에 익숙한 경영진은 WM 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WM 서비스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자산관리와 관련된 규제 개선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탁 분야의 경우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선진제도를 장착했지만 우리나라는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향후 법령 정비 및 제도개선 등이 완료되면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가 점진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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