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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홈플러스 위기, 책임지지 않는 MBK

오피니언 기자수첩

홈플러스 위기, 책임지지 않는 MBK

등록 2025.03.25 16:20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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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했고, 수익을 극대화했다.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화로 현금을 회수했으며, 배당을 챙겼다. 구조조정은 반복됐고, 투자와 혁신은 멈췄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경쟁력을 잃었고, 결국 법정관리로 향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간 MBK는 위기의 책임에서 비켜나 있다. 납품업체는 미지급 대금을 걱정하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당하고 있지만, 이 구조를 설계한 사모펀드는 침묵을 선택했다.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됐고, 손실은 사회 전체로 확산됐다. 홈플러스의 회생은 그 구조의 완성된 사례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은 단순한 실적 부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MBK는 인수 이후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적 현금 확보에 집중했다. 핵심 점포들은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외부에 팔렸고, 회사는 고정자산 대신 임차료 부담을 떠안았다. 시장은 빠르게 변했고,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전환에서도 뒤처졌다. 그러나 성장 전략은 보이지 않았고, 회사의 체력은 점점 약해졌다.

단지 경영상의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회생절차 개시 직전까지 홈플러스는 단기채를 수차례 발행했다. 당시 신용등급 하락이 통보된 직후였고, 일부 발행은 회생 신청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의혹이 짙다. 채권을 인수한 일반 투자자들은 회생 소식을 언론 보도로 접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여부와 형사 책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예고된 것이었다. 현금흐름은 계속 줄었고, 차입 구조는 악화됐다. 경영진은 전략을 전환하지 않았고, 대주주는 외부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MBK 부회장의 슈퍼카 보유 사실이 공개되며 비난 여론이 폭발한 것도 단지 상징적 장면일 뿐이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산을 매각하며, 배당을 챙긴 이들이 이제 회생은 회사 몫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재 출연은 발표됐지만, 액수도 기한도 없다. 전단채 피해자, 협력사, 입점업체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조차 불투명하다. 말뿐인 약속이 반복되고 있고, 정작 법적 의무는 피해자들에게만 돌아간다. 이 구조는 본질적으로 불공정하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하나의 결론을 말해준다. 기업의 경영 실패는 자본의 실패가 아니다. 경영권을 쥐었던 자는 책임지지 않고, 투자자와 사회가 그 대가를 나눠 떠안는다. MBK의 홈플러스는 그 구조가 얼마나 정교하고 반복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이 사례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은 또 다른 이름의 기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똑같은 문장을 쓰게 될 것이다. 기업은 망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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