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마포구 효성 마포본사에서 열린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및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쩍에서 네 번째) 등 유가족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효성 제공
추모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0여분간 진행됐으며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삼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 유가족과 임원, 내빈 등이 추모식에 참석했다.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식은 약력 소개, 추모사 낭독,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 상영, 헌화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조현준 회장은 조석래 명예회장을 추모하면서 "오늘의 효성은 아버지의 시대의 변화를 읽는 혜안과 강철 같은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선점한 결과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의 혜안과 도전정신을 떠올릴 수 있는 사례와 관련해 조 회장은 "아버지께서는 '위기는 언제든 닥쳐오고 그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며 "생전 한일 관계와 한미 관계 개선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셨을 때는 한일 관계, 한미 관계에서 더 나아가 한미일 3국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걱정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회상했다.
조 회장은 조 명예회장이 "항상 공학도가 더 사랑받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면서 중국을 예의주시했던 점에서도 새삼 선견지명이 느껴진다"며 "아버지께서 매년 공학도 500만 명을 배출하는 중국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중국 공학도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시며 중국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하셨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불확실성은 날로 커져만 갔다"면서 "이러한 끝없는 격랑 속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할 때 아버지의 빈자리가 뼈에 사무치게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효성을 미래를 준비하는 회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회사, 글로벌 정세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해서 백년효성을 차돌같이 단단한 회사, 어떤 위기에도 생존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함께 한미일 경제안보동맹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29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한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을 반세기 동안 이끌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로 미래를 선점했다.
특히 조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경영을 강조 또 강조했다.
그가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중 처음 기술연구소를 세워 원천 기술 개발해 집중한 것은 대한민국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기술연구소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스판덱스를 꼽을 수 있다. 당초 스판덱스 제조 기술은 미국과 독일, 일본 등만 보유하고 있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효성은 조 명예회장의 독려 아래 개발에 매달린 끝에 199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 스판덱스는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처음 등극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 효성은 철을 대체하는 미래 신소재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나일론의 뒤를 잇는 혁신적인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08년 다른 국내 기업들보다 빠르게 기술 개발을 시작한 효성은 3년 만인 2011년 중성능 탄소섬유 개발을 완료했다. 폴리케톤의 경우 축적된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10여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진해 2013년 빛을 보게 됐다.
조 명예회장은 중국과 베트남 시장의 성장을 예견해 과감히 진출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효성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서 활발한 생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효성의 글로벌 경영은 유럽, 미주, 남미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1935년 11월 19일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에서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하정옥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석래 명예회장은 경기고등학교와 일본 히비야고등학교를 거쳐 일본 와세다대학교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당초 대학 교수를 꿈꾸며 1966년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 부친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귀국, 기업인의 삶을 시작했다.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조 명예회장은 1970년 동양나이론 대표이사 사장을 시작으로 동양폴리에스터, 효성물산, 효성중공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제조업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1982년 2대 회장에 오른 뒤에는 경영 혁신과 주력 사업 부문의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명예회장은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으며 그룹 경영 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아울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2000∼2009년), 한일경제협회장(2005∼2014년) 등을 역임하며 한국 경제를 리드하는 '민간외교관'으로 손꼽혔다.
한편, 가족과 최고경영진 등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후, 경기도 선영으로 자리를 옮겨 추모 행사를 가졌다. 효성은 일반 직원들도 자유롭게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사의 추모식장을 3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개방한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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