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표 중 76표 득표···"어깨 무겁지만 소통 강화할 것"저축은행 건전성 제고 최대과제···경·공매 지원 총력M&A·예보료율·서민금융 확대 등 저축은행 현안 산적
저축은행중앙회는 31일 오전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 20대 회장으로 오화경 현 회장을 선출했다. 오 회장은 전체 저축은행 79표 가운데 76표(96.2%)를 얻어 역사적인 연임에 성공했다. 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1일 서류전형 및 인터뷰를 거쳐 제20대 중앙회장 후보로 오 회장을 단독 추천한 바 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79개 저축은행 대표들은 오 회장의 풍부한 금융경험과 업권에 대한 깊은 이해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저축은행업권의 산적한 난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날 오 회장은 정기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안이 많아 어깨가 무겁지만 소통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도 열심히 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축은행 대표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대해서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겠다"며 "(회장직은)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업계를 위해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은 1973년 출범 이후 대부분 관료 출신이 독차지해왔다. 1대 김용건 전 회장부터 19대 오화경 회장까지 17명 가운데 민간 출신은 3명 뿐이다. 곽후섭(10대), 이순우(17대) 전 회장은 각각 한남신용금고 사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던 만큼 현업 출신은 오 회장(아주·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이 유일하다.
특히 중앙회장의 연임은 5·6대 회장을 역임한 명동근 전 회장(1983~1989년) 이후 36년 만이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연임은 규정상 횟수 제한이 없지만 연임에 성공한 건 최병일(2·3대) 전 회장 등 3명 뿐이다.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호평···탄핵정국도 연임에 영향
오 회장의 연임 배경으로는 금융당국 및 업권과의 원활한 소통이 첫 손에 꼽힌다. 레고 사태 이후 제2의 저축은행 사태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오 회장은 금융당국과 대책을 마련하며 시장 우려를 일축했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PF 사업장이 자금을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한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 개정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탄핵정국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오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중앙회 회추위는 관료 출신의 단일 후보를 추천하는 관행을 오랜기간 이어왔다. 복수의 후보자가 경쟁하기 시작한 건 2019년 18대 회장 선출부터다. 하지만 올해는 탄핵정국 여파로 하마평에 오르는 금융관료가 전무했다.
현업에서도 오 회장에게 대적할 인물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정진수 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표가 도전장을 냈지만 자진사퇴하며 지난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축은행업권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4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연체율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52%로, 전년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다소 진정됐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4.79%p 급등한 12.81%에 달했다.
저축은행업권은 적극적인 PF 부실 정리와 역대 최고 수준의 BIS 비율(15.02%) 등으로 버틸 수 있는 체력은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시장 신뢰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고 상상인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건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세 번째다.
PF 리스크 여진 지속···연체율 관리 및 부실자산 정리 관건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 리스크 확대, 가계부채 부실 우려 등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이에 오 회장은 PF 경·공매 지원, 공동매각 지원, NPL 회사 설립 등 자산건전성 제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오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자본력이 좋은 저축은행은 부실 PF를 상각하고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경·공매와 편드 조성을 통해 연체율을 낮출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요청이 있었던 만큼 부실자산 정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은행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부실 PF 상·매각 속도가 느리다는 게 오 회장의 설명이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높아진 예금보험료율(예보율) 대응도 중앙회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오 회장은 "예보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만큼 예보기금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저축은행업계는 예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예보기금 조성방안 마련이 올해 중앙회가 해야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M&A 활성화도 오 회장의 중요한 숙제다. 저축은행업권은 자본력 강화를 통한 건전성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수도권 저축은행의 M&A는 경영실태평가 4등급 등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저축은행에 대한 M&A 시장의 관심이 높은 만큼 오 회장은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적극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 회장은 올해 햇살론, 사잇돌2 대출 및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리테일은 그간 수도권 대형사에 집중돼 왔고 지방 중소형사들은 PF 등 기업대출 비중이 높았다. 오 회장은 지방 저축은행들이 소상공인 등 서민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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