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듈러 주택' 공급 확대···건설사, 기술 개발 박차

정부, 내년 모듈러 주택 3000가구 발주

철강協, 2030년 모듈러 시장 2조원 예상

모듈러 공법 적용 시 공사기간 20% 단축

정부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공공임대주택을 단계적으로 확대 공급키로 한 가운데 건설사들도 모듈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어린이문학관 앞에 산불 이재민 긴급주거시설로 모듈러주택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6-3 생활권(UR1, UR2)에 위치한 모듈러 통합공공임대 주택단지를 방문해 모듈러 공법이 적용된 현장을 점검하며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주택 건설은 위기에 직면한 건설 산업에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 등 고질적 애로요인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건축물의 각 유닛(Unit)을 사전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평균 20~30%의 공사기간을 단축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 배출을 줄일 수 있고 분진과 소음이 적어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은 2019년 324억원에서 2023년 8059억원 규모로 급성장했으며, 오는 2030년에는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모듈러 공법의 장점과 시장 흐름에 맞춰 모듈러 공공임대주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1000가구 발주했던 물량을 올해 2000가구, 내년에는 3000가구 수준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시 주택도시기금에서 10% 추가 융자를 지원해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도 모듈러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모듈러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2020년에는 유럽 내 모듈러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폴란드의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단우드(Danwood S.A)'와 영국의 철골 모듈러 기업 '엘리먼츠(Elements Europe Ltd.)'를 동시에 인수하며 모듈러 시장에 진출했다.

GS건설은 국내에서도 2020년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설립해 모듈러 사업 기반 강화에 나섰다. 자이가이스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50억원에 달했다. 이는 첫 매출로 잡힌 2023년 14억원 대비 10배가량 뛴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제철과 협업해 모듈러 건축 기술 테스트베드인 'H-모듈러 랩'을 지난해 11월 구축했다. 이 시설은 모듈러 설계·제작·운송·시공 전 과정을 통합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층간 소음, 단열 성능, 수밀성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부터 모듈러 건축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23년에는 국내 최고층인 13층 규모의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준공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모듈러 관련 기술 특허는 총 21건이다.

국내 최초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지은 DL이앤씨는 지난 2017년부터 모듈러 기술 개발에 착수해 지금까지 40여건의 특허를 등록한 상태다. DL이앤씨는 2023년 11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국내 건설사 처음으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시공했다.

이외에도 포스코이앤씨는 자회사 포스코A&C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듈러 공동주택 '청담MUTO'를 시공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호텔과 LH 옹진백령 공공주택 등 모듈러 건축사업 등을 지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네옴시티와 '건설 자동화 JV'를 설립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듈러 시장이 장기적으로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시장은 노동생산성 정체, 숙령공 부족, 안정에 대한 중요성 증가 이슈 등으로 OSC(공장 제작 후 현장 조립 방식)의 대표적인 공법인 모듈러 건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모듈러 시장은 2030년까지 2조원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