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속 유연한 가격·생산 전략'6월 2일' 가격 동결 마감 시한···가격 경쟁력·수익 방어 고민'가동률 55%' HMGMA 활용 주목···전기차 시장 둔화 가능성↑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을 기점으로 현대차가 약속했던 미국 내 가격 동결 시한이 종료됐다.
당초 현대차는 "2일(현지시간)까지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까지는 미리 비축해둔 '비관세' 재고 물량을 통해 지난 4월부터 부과된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미국 내 가격 동결 시한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재고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지난 4월 초 기준 미국에서 현대차의 재고 소진 예상 기간을 94일, 기아는 62일로 예측한 바 있다. 빠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관세폭탄의 영향권 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가격 조정에 나설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현대차가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일단 현대차 미국법인은 성명을 통해 "시장 동향과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정기적인 연례 가격 검토 기간"이라며 "유연한 가격 전략과 맞춤형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도 "(미국 가격 인상은)결정된 것이 없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관세 폭풍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이달부터 현대차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속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위기극복 DNA'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미국 포드 등 일부 업체들이 실제 인상을 단행한 상황에서 현대차는 보다 유연한 대응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격은 물론 생산 전략까지 수정해 상황에 따라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가격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 평가를 받아 점유율을 확대해온 만큼 인상으로 미국 내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그 (시장의) 고객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해서 가격을 그렇게 올리면 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는 경쟁사보다 현지 생산 규모가 작아 가격 인상 압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생산 비중은 35% 수준에 그친다. 현지에서 가격 조정과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필수적인 이유다.
이미 현대차는 미국 공장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의 1분기 가동률은 102.8%로, 국내 공장 가동률(102%)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해 '가동률 54.7%'를 기록한 HMGMA의 생산규모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현대차는 HMGMA의 최대 연 30만대 생산 시점을 당초 계획인 2028년보다 앞당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MGMA에선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 5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대형 SUV 아이오닉 9도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기아 모델도 추가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 제네시스 차량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재 30만대 수준인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5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생산량을 지난해 미국 판매량(171만대)의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남은 변수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추진됐던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정책 전반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HMGMA 활용도에 관심이 쏠린다.
HMGMA는 원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다.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도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품 조달 및 인력 재배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해 전환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이 임박한 이달을 기점으로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라며 "단기적인 수익 방어, 현지 생산 확대와 미국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일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신중하게 관망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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