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완화에 매물 늘었지만···시장 반응 '미지근'일부 대형사만 M&A 움직임···매력 낮은 지방 매물 외면인수 유인책 부족·권역 제한 여전···"시장 자율성 더 열어야"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악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M&A 허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약 10여 개 저축은행이 신규 M&A 대상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 대상인 경우에만 인수합병이 예외적으로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최근 2년간 경영실태 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인 곳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9% 이하에서 11% 이하로 상향해 M&A 대상 저축은행의 범위를 넓혔다.
구조조정 위해 M&A 기준 완화···"10곳 이상 추가 대상"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수도권 저축은행의 대규모 인수를 막기 위해 영업구역을 6개 권역으로 제한하고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비수도권에 한해 영업구역 4개까지 확대를 허용한 데 이어 올해는 수도권 저축은행에도 예외적으로 M&A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해 경기·인천 지역 영업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OK금융은 당초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복수 인수 대상으로 검토했으나 상상인저축은행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현재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매각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00억원 수준에서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부실자산 정도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있어 아직 결론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OK금융 산하의 저축은행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약 16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약 14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최대주주인 상상인플러스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문제로 인해 매각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적기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OK·교보, 저축은행 인수로 몸집 키우기···판도 변화 예고
이에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4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일본 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가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약 14조원, 자본총계 약 1조9000억원, 거래 고객 172만여 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SBI홀딩스는 현재 자사주 8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BI홀딩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1조원이 넘는 경영정상화 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저축은행 매물은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경기 둔화와 대출 자산 부실 누적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지난 3월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를 내렸고,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에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했다.
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자발적인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축은행 M&A 시장은 규제 완화 이후에도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9개 지방 저축은행 가운데 23곳(59%)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손실액(약 3372억원)은 전체 저축은행 순손실의 81.8%에 달한다.
지방 저축은행들은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 침체로 수익기반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어 자본여력이 취약하다. 반면 100억원 이상 흑자를 낸 상위 11개 저축은행은 모두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자산의 84%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안 팔리는 지방 저축은행···실거래까지는 험로 불가피
지방의 중소형 저축은행은 M&A를 통한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도권 대비 매력도가 낮은 편이다. 대출수요 자체가 적고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 가운데 연체율 상승과 대손비용 증가까지 겹쳐 이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다.
또한 대부분의 지방 저축은행은 '영업권역 제한' 규제 아래 지역 내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대형 금융사가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수도권 영업 확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다보니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리스크 정리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저축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다고 해도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금융지주회사나 해외 사모펀드가 위험도가 높은 지방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 저축은행들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서는 인수 매력을 높이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M&A 활성화를 위해 '영업권역 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정상 저축은행 간의 M&A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도 과도하게 길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및 지배를 불허하고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을 금지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지난 10여년 간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업권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 문제를 받아들이고 이에 따른 규제체계를 차별화하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며 "역량을 갖춘 저축은행들이 대형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부여해야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