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SK엔무브 합병···리밸런싱 마무리 수순부채 개선·EBITDA 증대·신용 등급 회복 과제합병 후 첫 자본 조달 청신호···본업 반등 필요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 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SK 대표이사 사장인 그는 SK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리밸런싱) 작업을 주도하는 인물로, 지난 5월 말 기존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사임하자 총괄사장을 겸임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과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의 합병을 끝으로 대규모 리밸런싱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에 이어 올해 2월 SK엔텀까지 통합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 통합에 나선 건 정유와 에너지, 배터리 등 전반적인 사업 부문의 실적이 부진해 재무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203%로 작년 말 대비 24%p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33조2584억원, 이중 1년 이내 만기를 앞둔 단기차입금이 8조406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793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 사장은 재무 건전성 개선 작업과 사업 리밸런싱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 '특명'을 받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취임 당시 3대 과제로 ▲부채 8조원 개선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조 단위 증대 ▲신용등급 투자적격 달성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 사장은 올해 총 8조원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5조원의 자본을 조달했고, 최근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다. 이는 앞서 진행된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3000억원)보다 3.7배 많은 자금이 몰린 결과다. 이번에 모은 자금은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올해 연말까지 3조원 규모의 추가 자본 조달도 진행한다.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유동화로 1조5000억원을 확보, 올해 총 9조5000억원의 차입금 감축을 목표로 한다. 최근 도시가스 자회사 코원에너지서비스가 서울 본사와 부지를 매각해 5050억원을 확보했고, 현재 진행 중인 보령LNG터미널 지분 50% 매각 시 5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재무 부담이 완화된 건 긍정적이나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우선 주력 사업인 정유·석화, 배터리 부문의 반등으로 근본적인 재무 부담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석화 부문과 배터리 부문 영업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4622억원에 달했다. 기업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나타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기존의 차입금 규모가 여전히 막대한 만큼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까지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도 'AA(안정적)'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는 엇갈렸다. 무디스는 올해 3월 'Ba1(부정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작년 7월 'BB+(안정적)'에서 10월 'BBB-(부정적)'로 하향했다. 국제 신용평가에서 해당 구간은 하이일드(투기등급), 사실상 투자적격 신용도를 상실했다고 본 셈이다.
업계에서는 장 사장이 취임 이후 단기성과 대신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에너지와 배터리 산업의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중장기 사업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