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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허희수 부사장 '치폴레 베팅'···SPC 외식 리빌딩 승부수

유통·바이오 식음료

허희수 부사장 '치폴레 베팅'···SPC 외식 리빌딩 승부수

등록 2025.09.09 17:04

수정 2025.09.09 17:50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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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크쉑·에그슬럿 이어 3번째 글로벌 브랜드 도입외형 확장 멈춘 외식 포트폴리오 반전 주목'화제성' 넘어 원가 구조·시장 반응 관건

허희수 부사장 '치폴레 베팅'···SPC 외식 리빌딩 승부수 기사의 사진

SPC그룹이 미국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 '치폴레(Chipotle)'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수년간 수익성 악화와 일부 브랜드 철수를 겪으며 외식 부문에서 주춤한 가운데 허희수 부사장이 새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셈이다. 특히 최근 국내외 외식업계 전반이 고정비 상승,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치폴레'가 반전 카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는 내년 상반기 중 서울 핵심 상권에 치폴레 1호점을 열기 위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도입 주체는 SPC 계열 외식법인 빅바이트컴퍼니다. 치폴레 본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또는 합작법인(JV) 설립이 거론된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출발한 멕시칸 퀵서비스(QSR) 브랜드다. 부리토·타코·볼 등의 메뉴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재료를 선택하는 DIY 조립식 주문 방식이 특징이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총 38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아시아 진출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도입이 성사될 경우 한국이 아시아 첫 진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치폴레 도입은 허희수 부사장이 주도하는 해외 외식 브랜드의 세 번째 한국 론칭 사례다. 앞서 그는 쉐이크쉑, 에그슬럿의 국내 도입을 진두지휘했으며 이 사업들을 운영하는 법인 빅바이트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실적은 뚜렷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빅바이트컴퍼니는 지난해 10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쉐이크쉑 출점을 늘려 외형은 키웠지만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특히 허 부사장이 2020년 들여온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은 지난해 말 국내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출시 초기 화제성을 끌었지만 고가 전략, 임차료·원가 부담, 메뉴 구성 한계 등으로 지속적인 수요 창출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최근 리브랜딩을 단행한 '잠바주스' 역시 정체 상태다. 지난해 '잠바'로 이름을 바꾸고 재도약을 선언했지만 2023년 29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9월 기준 33개로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해외 인기 브랜드 도입 후 초기 반응은 좋았지만 장기 수익 모델로 자리잡지 못한 전례가 반복되며 치폴레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외식업계에서는 치폴레의 국내 흥행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DIY 조합 방식과 건강식을 선호하는 MZ세대 트렌드에 부합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 반면, 고정비·원가 부담에 민감한 현 시장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폴레는 주요 재료로 아보카도, 치즈, 육류 등의 수입 식재료 비중이 높다. 이는 환율 변동, 물류비 인상 등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국내 멕시칸 음식 시장은 피자·버거와 달리 여전히 틈새 소비 카테고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폴레는 미국에서는 건강·친환경 콘셉트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국내에서는 멕시칸 음식 자체가 일부 매니아층 중심으로 소비된다"며 "화제성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식 트렌드 변화 속에서 브랜드 도입보다 '시장 내 수요 지속성' 검증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초기 화제성이 지나간 뒤에도 고정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지 재방문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인기 브랜드를 국내 도입하는 사례가 많지만, 화제성이 빠르게 식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단기 흥행보다 지속적인 고객 수요와 국내 식문화에의 적합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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