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합작법인 검토···기술이전 현지화 목표정부 '비전 2030', 자국 생산 50% 이상 추진안정적 장기 수요 기대···정부 방산외교 강화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상반기에는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총괄법인(RHQ)을 세우기도 했다. 사우디 군 현대화 사업 및 현지화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가 사우디 현지화에 공들이는 것은 사우디의 국방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중동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높지만 자체 방산 인프라가 부족해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국내 방산 업계의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방산 현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JV가 설립되면 기존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고도화된 합작 형태가 될 전망이다. 현지 기업과 설립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기술 이전, 현지 조달, 고용 창출을 아우르는 투자 모델 방식이다. 최종적으로는 기존의 국산 무기가 아닌 현지 맞춤형 무기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는 앞서 한화에어로가 폴란드에 설립한 JV와도 구분된다. 사우디가 초기 단계부터 기술 이전 및 현지화로 맞춤형 무기체계를 추구한다면, 폴란드는 기존 무기체계의 현지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과 인프라 구축, 향후 단계적 기술 현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화에어로는 이달 초 폴란드 민간 방산기업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현지 JV를 설립했다. 폴란드 수출형인 '호마르-K(Homar-K)'에 탑재되는 사거리 80㎞급 유도탄(CGR-080)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 물량은 폴란드에 우선 공급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탄종을 다양화하며,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 위치한 국가로 전략 증강이 시급해지자 무기 수출이 급증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만큼 핵심 무기체계(전투기·미사일 등)의 미국·유럽 의존도가 높다. 전시 상황이 안정되면 한국산 무기의 긴급 구매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JV 설립을 통한 현지화로 중장기 수요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반면 사우디는 국가 차원의 기술 협력, '사우디형' 방산 산업 육성을 목표하는 만큼, 안정적인 장기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사우디는 올해 국방 예산을 약 780억달러(약 103조원)로 배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국방비(759억 달러, 약 100조원) 지출보다 증가한 액수다.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사우디 방산 세일즈 행보를 밟은 배경도 이 같은 맥락일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 20일 사우디로 출국해 21일 압둘라 빈 반다르 사우디 국가방위부장관과 회동했다. 같은 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동행하며 외교 공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압둘라 장관을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정부가 사우디와의 방산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호재다. 안 장관은 취임 후 중동지역 첫 방문지로 사우디를 찾으며 국방 핵심 협력국임을 확고히 했다. 양국의 협력 확대 기조가 더해지면서 한화에어로의 사우디 JV 설립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 등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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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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