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율 1500원 공포는 기우?···마지막 변수는 '대미투자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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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공포는 기우?···마지막 변수는 '대미투자특별법'

등록 2025.11.19 12:56

수정 2025.11.19 12:59

박경보

  기자

단기 급등 뒤 숨고르기···美·日 대외변수 약화 국면관세 협상 타결 및 팩트 시트 공개로 불확실성 진화정책 일정과 법안 처리속도에 환율 방향성 좌우될 듯

환율 1500원 공포는 기우?···마지막 변수는 '대미투자특별법' 기사의 사진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반까지 올랐지만 1500원 돌파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구두 개입과 한·미 팩트 시트 공개로 급등세가 진정되며 지속 상승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연말로 갈수록 대외 변수도 약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시장의 관심은 '대미투자특별법'의 조달 방식에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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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반까지 상승

1500원 돌파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 우세

정부 개입과 한·미 팩트 시트로 급등세 진정

숫자 읽기

18일 환율 1465.3원, 7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한·미 연간 외환조달 상한액 200억달러 설정

한국 대미 투자 규모 3500억달러 추진

맥락 읽기

미국 단기 자금시장 불안, 엔저,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복합적 원인

한·미 관세협상 팩트 시트 공개로 불확실성 일부 해소

연말로 갈수록 대외 변수 영향력 약화 전망

향후 전망

환율 방향성은 대미 투자 재원 조달 방식에 달림

외환보유액 활용 시 환율 추가 상승 압력 불가피

조달 방식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환율 변동성 지속

주목해야 할 것

대미 투자 특별법 국회 제출 시점이 최대 변수

외환보유액, 기금 신설, 국채 발행 등 조달 방식별 부작용 우려

서학개미 해외투자 확대도 환율 하락 저지 요인

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3원 오른 1465.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정부의 구두개입 이후 1450원대에서 진정되는 듯했지만 상승세는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환율이 1475원 안팎까지 치솟아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1500원 돌파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 단기 자금시장 불안과 엔저, 국내 수급 불균형이 겹치며 달러화 강세가 심화된 데다 외국인 자금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미 관세협상 조인트 팩트 시트가 공개되면서 환율 급등을 부채질했던 핵심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부품·목재 품목의 관세가 15%로 조정되고 반도체·제약 분야에 우호적 조건이 제시되며 통상 환경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추진과 맞물려 양국은 연간 200억달러의 외환조달 상한액을 설정했다. 미국산 차량 수입 규제 완화, 디지털 서비스 비차별, 데이터 이전 보장 등 비관세 장벽 조정과 국방비 GDP 대비 3.5% 조기 상향 방침도 함께 담겼다.

"4월과는 다르다"···연말 갈수록 대외 불확실성 완화


이에 따라 시장은 직전 급등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구두개입에 나선 데 이어 조인트 팩트 시트가 발표되자 과열된 상승 압력이 한 차례 진정됐다.

특히 미국발 변수는 단기 변동성만 키울 뿐 영향력은 지난 4월보다 약해졌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연준의 양적긴축 종료 시사 등 유동성 요인이 버티고 있어 달러 강세 압력이 커졌다고 보긴 어려워서다.

엔화 약세 충격도 약해지는 흐름이다. 일본 재무성의 구두개입과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엔화의 하락 압력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대외 변수들의 영향력이 연말로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대미 투자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시장 매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대미 투자액은 연간 2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순유출 규모가 상당한 만큼 환율이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설 여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기준으로 한국은행의 연간 준비자산이 100억달러 변동할 경우 달러·원 환율은 평균 약 47원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유출이 현물환 시장을 직접 통과하지 않더라도 준비자산 감소는 국가 신용도 하락, CDS 프리미엄 상승, 외국인 자금 이탈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간접적인 환율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간 200억달러가 실제로 유출될 경우 단순 회귀 추정만으로도 약 100원 전후의 환율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달 방식에 따라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준비자산 감소가 누적되면 환율의 펀더멘털 상향 압력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법안 국회제출 시점·방식 주목···'서학개미' 변수도 여전


가장 먼저 주목되는 대목은 대미 투자 특별법의 국회 제출 시점이다. 관세율 15% 적용 시점이 법안 제출 달의 1일로 소급되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가 조약이 아니라 양해각서 형태라 국회 비준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외환보유액과 세금을 미국 산업 투자에 투입하려면 국가재정법과 기금운용법, 외환보유고 규제 등 다양한 법률에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별도 법 제정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대미 투자 특별법에는 투자 목적과 기간뿐 아니라 재원 조성 방식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경우 준비자산 감소라는 부담이 있고, 기금 신설이나 국채 발행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어느 쪽도 만만치 않은 선택지로 평가된다. 조달 방식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환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마지막 관문은 대미 투자 특별법의 국회 제출 시점과 구체적인 조달 방법"이라며 "연간 200억달러로 상한이 제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달 방법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확대도 향후 환율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보통 환율이 오르면 달러가 비싸져 해외투자 속도가 둔화되지만, 지금은 이 흐름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달러가 비싼 값에도 높은 수요를 유지하면서 환율을 끌어내릴 힘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가 증가할수록 달러 수요가 불어나 원화의 추가 약세 기대감이 생기고, 이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시점을 늦추는 배경이 된다"며 "거주자의 해외투자 유출 속도가 둔화돼야 환율이 뚜렷하게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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